▲ 김나영 기자

  최근 종영한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주인공은 친구와 함께 버스를 타고 가다가 다중 추돌 사고를 당한다. 이 사고로 인해 주인공은 13년간 혼수상태에 빠지고, 함께 버스에 탔던 친구를 잃게 된다. 드라마 후반부에서는 다중 추돌 사고의 원인 제공자인 트럭 운전사가 주인공에게 자신이 운전대를 잡기 전 술을 마셨으며, 술기운에 허술하게 묶은 끈이 풀어지면서 떨어진 적재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죄를 자백한다. 운전하기 전 마신 달콤한 술 한잔이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게 된 것이다.

 음주운전 사고는 드라마 속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9월, 군 복무 중이던 윤창호 씨는 휴가를 보내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졌다. 사고를 낸 운전자가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34% 상태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인도에 서 있던 윤창호 씨와 그의 친구를 차로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후 윤 씨의 친구들은 음주운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게시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시 살인죄에 준해 처벌하고, 음주운전 초범 기준을 현행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이는 등 가칭 '윤창호법'이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특히 현재까지 40만 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하면서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보여주고 있다.
 '윤창호법'에서 보듯이, 그동안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처벌은 솜방망이와 같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태국의 경우,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일으켰을 때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시신을 직접 보게 한 후 영안실을 청소하게 한다. 호주는 음주운전 적발자의 신상을 신문에 게재하고, 노르웨이는 음주운전에 2회 적발되면 면허가 영구 정지되는 등 음주운전을 중대한 범죄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혈중알코올 농도가 0.05%에서 0.1%일 경우 100일간 면허가 정지되고,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는 음주운전이 가져올 수 있는 참혹한 결과에 비하면 지극히 가벼운 처벌이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윤창호 씨의 사연을 언급한 뒤, "이제는 음주운전을 실수로 인식하는 문화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음주운전의 단속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를 이전에 비해 0.02%를 올린 0.03%로 대폭 강화하고, 음주운전에 2회 적발되면 면허를 취소하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한편, 달라진 처벌 기준처럼 음주운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또한 달라져야 한다. '단속에만 걸리지 않으면 된다'거나 '한 잔으로는 취하지 않는다'는 안일함과 자만이 음주운전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도 빼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운전자의 처벌은 과실치사 혐의로 그칠지 모르지만,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은 평생을 고통 속에 살게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주변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아무리 짧은 거리, 짧은 시간을 이동하더라도 술을 마시고 차를 몰게 되면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 술자리를 함께 한 사람이나 차량 동승자들은 술을 마신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지켜봐야 음주운전 사고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술을 마신 후 운전대를 잡고 있는 많은 사람이 살인을 예고하듯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음주운전 처벌에 대한 법의 강화는 물론, 음주 후 절대 운전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우리의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더 이상 음주운전으로 타인의 인생을 불행으로 치닫게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음주운전이 실수가 아닌 '살인 운전'임을 기억해야 한다.
 
 김나영 기자 piny6767@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