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모두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중에 인간은 감정이 더욱 풍부하고 복잡하다. 이러한 감정이 인간을 지구의 지배자로 만든 기초일 것이다. 감정이 없었더라면 인류는 외부 대상에 공동으로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감정은 인류의 진화상 대단히 중요한 한 요소이다.
그런데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감정도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개인의 희로애락 감정은 공유를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연대를 낳는데 반해 사람들에게 아픔과 부담을 안겨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족 중에 한 사람이 기분이 우울해 있으면 나머지 가족도 쉽게 우울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좋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은 상승작용을 하지만, 부정적 감정의 공유는 집단적 어려움을 불러올 수도 있다.
더욱이 감정은 공간적 확장성 뿐 아니라 시간적 지속성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감정이 결합되지 않은 일상의 사건들은 대체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에서 희미해진다. 그래서 훗날에 영향을 별로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감정과 엮여진 사건들은 깊은 인상을 가지고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감정적 충격의 강도가 클 경우, 트라우마가 되어 생애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감정의 처리는 인간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감정 처리와 관련하여 억제와 표출 양극단의 패러다임이 있다. 감정 억제를 강조하는 문화는 감정의 전이성에 초점을 맞추어 스스로 감정의 짐을 해결하도록 강조한다. 반면에 감정 표출을 강조하는 문화는 감정의 내상(內傷)효과를 강조하며 감정 에너지의 배출을 주장한다. 양 관점이 나름 타당성을 가지고 있으나, 한 쪽의 부정적 효과를 강조한 나머지 또 다른 부정적 효과를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즉, 억제는 감정의 표출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강조한 나머지 혼자 해결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표출은 억압의 부정적 효과를 강조한 나머지 감정의 상호작용이 불러오는 악순환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므로 감정은 억압과 표출이 해결책은 아니다.
심리치료의 제3물결이라고 하는 마음챙김 명상이 감정조절에 대해 현명한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 방법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감정이 일어나면 일어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봐라.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말고 일어난 감정을 그냥 있는 그대로 보고 알아차려라. 즉, "아 내가 화가 났구나, 혹은 내가 우울해 하는구나"라고 꼬리표 붙이며(labeling) 알아차림하라. 그리고 그 일어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이라고 탓하고 변명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내가 일으킨 감정을 인정하라. 그리고 심호흡 깊이 하면서 흘러 보내라. 또 일어나면 보고 알아차리고 인정하고 내려놓으라. 그뿐이다. 감정은 잔잔한 호수 위로 스쳐간 기러기 그림자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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