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는 '설렌다'와 '설레인다'를 중심으로 지면을 채울까 한다. 우리 신입생들이 입학한 지 1주일이 지나고 있다. 90년대 말 정보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어떤 사람은 '설렌다/설레인다'라고 하였지만 필자는 '설렘/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던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 새내기들은 '두려움'보다는 '설렘/설레임'이 앞서는 대학 생활을 했으면 한다.
앞부분의 경우, 사람에 따라 '설렘(0)'을 쓸 수도 있고 '설레임(×)'을 쓸 수도 있다. 석 자와 넉 자의 차이인데 후자에는 바로 '-이-'가 덧붙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호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사동과 피동의 기능을 하는 '-이-'가 우리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어간에 통합하는 '-이-'는 사동의 의미나 피동의 의미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지난 호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동은 'He makes me dance(그는 나에게 춤을 추게 했다)'와 같은 사역동사 구문에 대응되고 피동은 'It is made by him(그건 그에 의해 만들어진다)'와 같은 수동태에 대응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단 사동의 예를 들어보자.

(1)가. 나는 밥을 먹고 있다.

나. 나는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1가), (1나)에서는 공통적으로 '나는'과 '밥을'이라는 부분[성분]이 확인된다. (1나)는 '먹-'에 '-이-'가 통합되면서 그 앞의 '아이에게'라는 것[성분]이 필요해졌다. 바로 이 차이에 주목하면 된다. '-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성분 하나가 더 드러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기억하자. '-이-'가 통합되는 경우 새로운 성분이 나타나야 한다고 말이다.

(2)가. 모기가 죽었다.

나. 나는 모기를 죽이었다.

(2가)와 (2나)는 '모기가 죽-'과 '모기를 죽이-'의 차이이다. '-이-'가 통합되면서 죽임을 당하는 것이 '모기'가 된 것이다. (2가)에서는 모기가 자연적으로 죽었는지 누구에 의해 죽임을 당했는지 알 수가 없다. (2나)에서는 적어도 모기의 죽음에 '나'가 관여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 가지를 기억하자. '-이-'가 통합되면서 '모기가'가 '모기를'로 교체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떻든 문장 구조의 변동이 생겼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피동의 '덮이-'에 대해 알아보자.

(3) 가. 나는 나뭇잎을 덮었다.

나. 나뭇잎이 덮이었다.

(3가)에서는 '덮-' 앞이 '나뭇잎을'이었는데 (3나)에서는 '덮이-' 앞이 '나뭇잎을'이 아니라 '나뭇잎이'로 바뀌었다. 결국 '-이-'가 결합되면서 성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다음을 보도록 하자.

(4) 가. 나는 헤매고 있다.

나. 나는 헤매이고 있다.

(4가)와 (4나)는 의미의 차이가 생긴 것도 아니며 주어인 '나'가 다른 성분으로 변동된 것도 아니다. 즉 '-이-'가 통합되면서 어떤 변동이 생겨야 하는데 (4)에서는 어떤 변동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굳이 '-이-'가 통합된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

 (5) 가. 마음이 설레다.

나. 마음이 설레이다.

(5나)에는 '-이-'가 결합되어 있는데 성분의 교체도 없고 의미의 차이도 없다. 쓸데없이 '-이-'가 통합된 군더더기 표현이다.
아래에 있는 '레게 러브'라는 노래의 일부분에서도 '설레임'은 확인된다. 사실 우리 생활 곳곳에 틀린 표현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 언어적 공해 속에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다.

(6) 오늘 네게 가는 길 / 이 두 손 꼭 쥔 설레임까지 / 난 너에게 쥐어 줄 거야

우리 부모님들의 애창곡 중에서도 틀린 예를 확인할 수 있다. '헤매인다'가 틀린 표현이라는 것은 (4)를 통해서 설명했다. (7나)의 '메인다'도 '멘다'로 적는 것이 옳다. '슬픔에 목이 멘다'로 충분하기 때문에 '메인다'는 군더더기 표현이다.

(7) 가. 그 얼마나 오랜 시간을 짙은 어둠에서 서성거렸나. 내 마음을 닫아둔 채로 헤매이다 흘러간 시간('너에게로 또다시').

나. 너를 사랑하고도 늘 외로운 나는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목이 메이고('너를 사랑하고도')

 참고Ⅰ
'새다', '새우다'도 구분해서 쓸 수 있도록 하자. '(날이) 새다'가 맞는 표현임은 잘 알 것이다. 아울러 '밤을 새다'는 '밤을 새우다'의 잘못임을 알아 두자. 다음은 방탄소년단의 'Fake love'의 일부분이다. 밑줄 친 부분은 제대로 쓰인 것이다.

…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얼마나 기다려야 또 몇 밤을 더 새워야 널 보게 될까 만나게 될까 …

참고Ⅱ
'끼다'와 '끼이다'는 뜻이 다름에 유의하자. 후자에는 피동의 '-이-'가 결합되어 있다.

- '구름 끼인 하늘(×)→구름 낀 하늘', '안개가 끼였다(×)→안개가 끼었다'
- '기계에 손가락이 끼여 다쳤다(0)', '구경꾼들 틈에 끼여 있었다(0)', '노름판에 끼여 있었다(0)'

'끼이다' 앞에는 '기계에', '틈에', '노름판에'와 같이 '-에'가 앞에 보인다. '구름에 끼이다(×)', '안개에 끼이다(×)'와 대비될 수 있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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