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스포츠
 여러분, 몇 년 전 우리사회 혹은 전 세계를 강타한 단어는 무엇일까요? 바로 이 단어, '4차 산업혁명'입니다. 파생적으로 융합, 복합, 혁신이란 용어도 여기저기서 등장했습니다. 몇 해 전 세계경제포럼으로 잘 알져진 다보스 포럼의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1938~)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뿌리내리게 됐습니다. 마케팅 관점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란 브랜드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에 따르면 증기기관이 발명된 18세기 무렵의 영국에서 물과 증기 힘에 의한 기계화 현상이 시작됩니다. 1차 산업혁명 시기입니다. 19세기 무렵이 되자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과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됩니다. 바로 2차 산업혁명 시기입니다. 20세기 중반부터 오늘날까지 컴퓨터가 개발되고 정보화기술이 모든 산업과 결합되면서 3차 산업혁명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라고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오늘날까지 이어진 디지털 기술발전을 토대로 말 그대로 혁명을 이룰만한 현상이 눈앞에 있습니다. 이세돌을 이긴 인공지능(AI), 생활 곳곳을 누비고 다닐 정밀한 로봇기술, 사물 간에도 정보를 교환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미래 아이템에 대해 꽤 여러 차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놀라운 기술과 스포츠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그리고 스포츠(sports)는 무엇일까요? 몸을 통해 이루어지는 교육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체육(體育, physical education)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의미입니다. 체육은 나라마다 용어를 달리하며 사용하지만, 스포츠는 어느 나라에서도 스포츠입니다. 스포츠는 신체성, 경쟁성, 제도성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유독 열광하는 콘텐츠가 됐습니다. 월드컵 결승전을 수십 억 인구가 동시간대에 본다고 하니 인류공통의 언어로서 손색이 없게 됐습니다. 
 
   나는 누워서 프로야구장에 갈래요
 
 스포츠마케팅에서는 스포츠소비자를 참여유형에 따라 3가지로 분류합니다. 여러분이 크게 관심을 갖는 '몸 만들기' 열풍을 주도하는 소비자를 직접(1차) 소비자라고 합니다. 간접(2차) 소비자는 누구일까요? 운동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매체(3차) 소비자는 운동을 배우거나 관람에는 관심을 두지 않지만 스포츠 단신을 검색하고, 스포츠 웨어를 즐겨 입습니다. 
 상상해봅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입에 등장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360도 카메라 등을 통해 프로야구가 접목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굳이 경기장을 찾지 않더라도 관람스포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고글 하나 쓰면 프로야구장이 펼쳐집니다. 보고 싶은 장면만 고개를 돌리며 볼 수 있습니다. 응원열기와 함성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선수의 땀방울과 몸짓 하나 하나를 줌인(zoom-in)해서 봅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니 현장이 아니라 집안의 침대 위라는 사실이 다를 뿐입니다. 
 조금 더 상상해볼까요?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은 어김없이 소비자의 호주머니를 탐낼 것입니다. 프로야구장 입장권 가격보다 현장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중계 서비스 가격을 낮게 책정할 것입니다. 잠재적인 스포츠 소비자인 매체 소비자를 유인하는 좋은 매개가 되겠군요. 또한 전통적으로 분류해놓은 스포츠 소비자를 구분하는 기준도 모호해질 것입니다. 전통적 마케팅 시장과 디지털 마케팅 시장의 기업 전략은 다를 것입니다. 
 
   나도 손흥민 선수와 경기할래요
 요즘 핫한 손흥민 선수. 함께 경기를 뛸 수 있을까요? 뛸 수 있습니다. 스포츠 스타의 자선 축구행사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세계의 경기가 아닌 가상세계의 경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가상세계의 프로축구 경기요?
 2018년에 헐리웃 영화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1946~)는 노령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멋진 상상력을 불어 넣었습니다.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이란 영화를 통해 가상현실과 암울한 현실 사이에 펼쳐지는 무궁무진한 게임과정을 스토리로 엮었습니다. 현실의 나와 가상세계의 새로운 캐릭터는 동일인물이면서도 다른 자아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요? 현실 속 프로축구 리그의 전통적 마케팅 시장에서 나는 소비자일 뿐입니다. 즉, 축구연맹이 만들어놓은 멋들어진 생산품, 손흥민 선수를 응원하며 소비합니다.
 상상을 확장해볼까요? 특수 장비를 머리에 쓰고 나니 가상세계 속 프로축구 리그가 존재합니다. 물론 손선수도 있습니다. 나도 새로운 캐릭터로 리그에 뛰어들어 골을 넣거나 막는 역할을 합니다.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역할도 하는 셈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현실세계의 축구연맹이 가상세계의 리그 기록도 인정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디까지나 상상입니다. 2007년 첫 스마트폰, 애플이 나오기 전에는 손에 들고 다니는 개인 컴퓨터 시대가 올지 몰랐습니다. 시간, 공간, 지식의 경계가 모호해진 오늘날. 가상세계 속 스포츠 판타지가 올 날을 기다려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지 않습니까?
 
 
 
 
  문개성 교수(스포츠과학부)
 저서 : '스포츠 마케팅 4.0 : 4차 산업혁명 미래비전'
'스포츠 경영 : 21세기 비즈니스 미래전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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