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교수님은 행복하세요?"

 나는 망설이지 않고 답변했다. "아니요...", "그런데 불행하지도 않아요."
 나의 답변은 학생들의 예상 답변이 아니었던 것 같다. 모두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행복하지 않은 내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묻게 되었다.
 사실 다시 스무 살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나의 스무 살 대학생 시절을 돌이켜 보자면, 나는 내 자신을 지극히 돌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앞길에 막막해 했고, 내가 갖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이 멀리에만 있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늘 힘겨웠다. 나는 행복함을 연습할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행복한지를 몰랐다. 몇 해 전 그 학생의 뼈아픈 질문으로 나는 최면에서 깨어난 것 같다. 지금의 나는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한 '청년층 고용·노동 실태조사'에서 15∼34세 청년의 행복과 불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56.0%가 '불행하다', '행복하다'는 22.1%, '중간'은 21.9%였다. '20대 버킷리스트 100가지'라는 SNS 게시물을 보면서 100가지를 이루기 위해 애쓰는 20대에게 격려와 위로를 전하고 싶다. 그러나 100가지 버킷리스트 중 상당 부분은 자신에게 투자하고 집중하려는 것이기에 한편으로 부러운 마음이 든다. 나의 스무 살에는 내가 없었지만, 요즘 청년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다.
 행복함은 습관이다. 곁에 있는 가족, 어려운 과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친구, 교정에서 바라보는 수덕호, 누군가와 함께 마시는 커피 한잔, 추석 긴 연휴,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 먼 곳의 행복을 쫓기 보다는 나 자신이 기분 좋을 일을 찾아 행복을 연습해 보는 거다.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활기찬 새 학기를 맞이하면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나는 행복한가?"라고.
 원광의 모든 젊은이들이 매 순간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내 삶은 때로는 불행했고 때로는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 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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