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무역분쟁을 비롯하여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조치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지역질서가 혼란스럽다. 중미무역분쟁과 한일무역분쟁은 그 대상은 각기 다르지만 목적과 본질은 동일하다.
이 두 무역분쟁 모두 그 근본적 원인은 중국의 부상에 있다.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국제사회에서의 지위 향상에 대해 미국이 이토록 강력하고 직접적 제재를 가한 적이 없다. 다만 심심치 않게 '경고성' 제재를 할 뿐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힘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최강자의 자리를 위협하지 않는 이상 힘을 키우는 자들을 무리하게 제재할 필요가 없고, 다만 최강자의 자리는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주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본격적으로 무역제재의 방식으로 중국의 부상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세계 최강국이 이제는 중국의 힘에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중국이 당장 미국을 제치고 패권국이 되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그 싹을 잘라 위협이 현실화되는 것을 최대한 늦추려고 할 것이다.
이제 국제사회의 패권 전쟁이 시작됐다. 패권을 수호하려는 미국과 패권을 쟁취하려는 중국의 팽팽한 매치게임이 시작됐다. 과거 일본의 도전에 대해 보기 좋게 케이오패를 날린 미국이지만, 중국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따라서 이들의 패권싸움은 1-2년 내에 끝나는 것이 아닌 장기전이 될 것이다. 중미간의 패권전쟁을 일본은 과연 어떻게 바라볼까?
국제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는 중국의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입장을 대변했던 일본은 힘이 빠진 미국의 자리를 중국에게 내어주는 것이 아닌 자신이 차지하려 들것이 분명하다. 그 전초전의 일환으로 일본은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걸려 있는 한국을 자신의 힘 과시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그 최종 목표는 분명 중국일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그다지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한 일본이지만, 지역 여론과 상관없이 동북아의 맹주가 되려는 일본의 야욕은 결코 누그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유래 없이 올해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손을 맞잡고 양국 간 협력을 운운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협력인지는 지켜 볼 일이다. 중국이야 중미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웃으며 일본의 손을 잡았을 것이고, 일본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과 같이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적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손을 내민 것이라 믿는 이는 없을 것이다.
정확한 시점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중일 간 화해무드는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태양이 두 개일 순 없듯, 서로 왕이 되겠다고 하는 두 국가가 대의를 위해서 협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앞으로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양국 간의 치열한 싸움이 전개될 것은 자명하다.
이를 지켜보는 한국도 마음이 편치 않다. 어느 싸움이든 필연적으로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한숨이 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한국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외부 자극에 굴하지 않고 이를 언제나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았다.
중미, 중일 간 패권 전쟁으로 인해 튀게 될 불똥을 걱정하기 보다는 이를 혁신의 기회로 삼는 것이 현명하다. 지역질서의 혼란을 계기로 지나치게 편중된 대중 무역의존도를 개선하고 수출입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또한 핵심기술과 부품을 일본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발생하는 대일무역적자의 수렁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진했던 연구개발, 기술혁신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족의식을 고취시켜 남북간 긴밀히 협력하여 이 혼란의 시기를 잘 극복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윤성혜 교수(한중관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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