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天職)'이란 타고난 직업이나 직분을 뜻하는 말로, 쉽게 말해 좋아하는 일인 동시에 잘하는 일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 조차 알기 어려운 세상에서 천직을 만나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다.

 그런데 유년 시절, 일찍이 야구를 시작해 무려 55년째 야구를 천직으로 삼은 사람이 있다. 지난 2017년 우리대학 야구부 감독직에서 정년퇴임하고 현재 전주고등학교 야구부를 지도하고 있는 김준환(66세) 감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준환 감독은 과거 1982년 해태 타이거즈의 창단 멤버로서 87년 KBO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쥐는 등 화려한 경력의 프로야구 선수였다. 그리고 지도자의 길을 걷던 중 2003년 우리대학 야구부의 감독을 맡아 전국대회 우승 3회, 준우승 6회의 성과를 일군 대학야구의 명장이다.
 지난 7월, 김 감독은 2천 7백만 원 상당의 야구장 외야 펜스와 배팅케이지를 야구부에 기증해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원광대학 야구부 감독을 하면서 낙후된 시설이 마음에 걸렸다"며, "무엇보다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운동 환경을 개선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기증의 이유를 밝혔다.
 우리대학에 재임했던 지난 14년간의 소감에 대해 묻자 "강도 높은 훈련을 잘 견뎌낸 선수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특히 "우승했을 때 선수들이 우승의 맛을 잊지 않도록 일부러 이전보다 힘든 훈련을 강행했다"며, "그럼에도 묵묵히 따라준 선수들 덕에 감독으로서 소임을 다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우리대학 야구부의 강점으로 '강도 높은 훈련과 팀워크'를 꼽았다. 김 감독의 훈련 방식은 대부분 매우 고되고 양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선수들 간에 팀워크가 다져졌고 그 팀워크가 실제 경기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선배 선수들이 힘든 훈련을 잘 인내했기 때문에 수차례 전국대회에서 '우승'이란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우리 후배 선수들도 앞으로 더 노력해 원광대학 명문 야구부의 전통을 잘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억에 남는 선수나 일화가 있으면 설명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단호히 대답한다. "부상을 당해 야구를 그만두는 선수부터 프로 입단에 성공해 자신의 이름과 명예를 떨친 선수들까지 기억에 남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하지만 나에겐 그들 모두가 함께했던 제자들이자 뜻깊은 시간을 나눈 후배 선수들이다. 모든 선수가 그 자리에 같이 있었고 또 노력했기 때문에 좋은 추억, 멋진 승리를 가져온 것이다. 때문에 꼭 집어 누구를 지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야구라는 팀 스포츠를 이해하고 모든 선수를 아끼는 김 감독에게서 야구는 천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 감독의 목표는 시간과 기회가 허락되는 대로 후배 양성에 힘쓰는 것이라고 한다. 거기에 최근 입시전형 변화로 지역 대학 야구부의 부진을 염려하면서 야구 관계자들이 우리대학 야구부를 포함한 지역대학 야구부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줬으면 한다는 부탁의 말을 남겼다.
 김준환 감독에게 야구 사랑은 55년간 이어져 마침내 후배양성을 위한 기증으로 이어졌다. 그의 애정어린 감동이 우리대학 야구부에 대한 관심과 응원으로 확산되는 분명한 신호탄이 될 거라 확신한다.
  이규희 수습기자 gh292gh@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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