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는 A 씨는 주문한 치킨과 콜라의 일부가 사라진 상태로 배달되는 황당한 상황을 겪었다. 이 사건은 배달원의 소행으로 밝혀졌고, 이에 A 씨는 "음식을 누가 건드렸다고 생각하니 더는 배달을 못 시키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앞선 사례처럼 최근 배달원들이 배달 도중 주문 음식을 일부 편취하는 이른바 '배달거지' 피해 사례가 급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배달 음식 증가, '배달거지' 발생
 우리나라는 과거 다인 가구에서, 1인 가구로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식품 소비행태와 식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중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를 '배달 음식'의 증가로 꼽을 수 있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올해 3월, 배달 음식 이용 경험이 있는 만 19~59세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배달 음식'과 '배달앱(APP)' 이용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양한 외부 음식 중에서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유형은 외식(72.4%)과 배달 음식(70%)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식사를 10번 할 경우 직접 조리해서 먹는 비중(5.8회) 만큼이나 외부 음식을 구입해서 먹는 비중(4.2회)이 높게 조사됐는데, 실제로 올해 배달앱 이용 횟수는 지난 2017년(24.9%)에 비해 약 2배 증가한 45.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배달앱을 이용해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이 현대인의 일상적인 식습관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배달 대행 서비스'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배달 대행 서비스 등장으로 인해 소규모 음식점들은 판매영역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편리하게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어 이용자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렇듯 배달 대행 서비스는 우리 사회에 편리함을 주고 있지만, 몇몇 배달원들이 소비자가 주문한 음식을 배달하던 중 몰래 빼먹는 몰상식한 행위를 저질러 골칫거리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배달 대행 서비스 업체를 '배달거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부르고 있다고 한다. 평소 배달앱을 자주 이용하는 우리대학 강한별 씨(행정언론학부 4년)는 "SNS를 통해서 배달원이 실제로 음식을 빼먹는 장면을 봤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이러한 사건들은 심각한 문젯거리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뚜렷한 해결책 없어
 소비자들의 피해와 불만이 잇따르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을 '배달 경력 10년 이상'이라고 밝힌 B 씨는 배달원들이 음식을 빼먹는 이유에 대해 "배달 대행 서비스 업체가 문제가 된 배달원에 대해 별다른 조치가 없을 뿐더러, 음식점 업주의 요구사항은 배달원이 해당 음식점을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속적으로 커져가는 배달 음식 시장에 비해 배달원의 숫자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배달 서비스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오토바이가 배달원 개인 소유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배달대행 서비스 업체에서 문제가 드러나도 적극적으로 제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배달 대행 서비스의 시스템이 음식점 업주가 배달원을 선택하는 기능이 없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재 배달원 선정 방식은 음식점 업주가 배달을 요청하면, 배달원들끼리 직접 경쟁하며 주문을 선택하는 '전투콜'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만약 음식점 업주가 배달원들에게 지적하거나 불평을 할 경우 배달원들이 합심해 그 음식점의 요청을 차단해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결국 주문 음식에 문제가 생겨도 음식점 업주와 배달 대행 서비스 업체에서는 해당 배달원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실정이다 보니 음식 배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음식포장에 변화를 준 '배달 안심 스티커'가 시선을 끌고 있다. 하지만 배달 안심 스티커도 결국은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다. 예컨대 '최소 주문금액', '배달비' 등 소비자들은 이미 여러 부담을 안고 있는데 거기에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무너진 신뢰, 해결책 모색해야
 앞으로 우리나라 1인 가구는 계속 증가할 추세이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배달 음식을 더 많이 이용할 것이고, 배달 시장도 현재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배달거지'와 같은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동안 소비자상담센터에 배달 음식과 관련된 상담 건수가 작년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인하대학교 이은희 교수(소비자학과)는 "소비자는 배달 과정을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기 마련이다"며,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이 훼손되지 않고, 안전하게 전달됐다는 것을 보여줄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주문한 음식의 정량을 받는 것은 소비자들의 당연한 권리이다. 소비자와 음식점, 또한 배달 대행 서비스 업체는 서로 신뢰에 바탕을 두고 거래하고 있다. 현대 경영의 창시자로 불리는 경영학 박사 톰 피터스는 "신뢰를 강화하는 데는 기술과 더불어,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하루빨리 소비자들이 믿고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윤진형 기자 kiss741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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