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언어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 한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문화 발전과 함께 등장했던 '엽기'처럼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우리 청년 세대를 휩쓸고 있는 두 가지 단어가 있는데, 바로 'Y.O.L.O.'와 '존버'이다. '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어로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니 뒷일은 생각하지 말고 무엇이든 실행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존버'는 'X나게 버티기'의 준말로, 최대한 버티기라는 의미를 가진 속어다. 덧붙여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빛을 보게 될 거라 믿는 청춘들의 염원도 담겨있다. 그런데 요즘 이 '존버'만이 홀로 'Y.O.L.O.'를 밀어내고 우리 청년 세대의 언어로 남아있다.
 먼저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Y.O.L.O.'는 앞서 설명한 원래 의미에서 시대상이 반영됐는데, 절약이나 저축 대신 계획 없는 소비로 현재를 즐기자는 풍조로 변질돼 확산됐다. 사실 이렇게 'Y.O.L.O.'의 뜻이 변형된 배경에는 지속된 경제침체가 작용했는데, 청년들의 높은 실업률과 삶에 대한 회의로 치솟는 자살률 등 불확실한 미래에 매달리기보다 현재의 삶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겠다는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고용 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의 청년실업률은 1999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로 가장 높은 11.5%를 기록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만 18세 이상의 자살시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살시도자 중 20대가 28.1%를 차지했으며 도시 지역 자살시도자는 20대가 31.1%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자살시도자 중 직업 관련 스트레스가 68%로 청년층의 자살 시도 비율이 높게 나타난 데는 경기불황에서 비롯된 취업난이 원인일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듯 'Y.O.L.O.'는 단순히 젊음의 객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우리 청년 세대의 어두운 현실이 드러난 필연적 유행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과 대조되는 '존버'의 유행을 살펴보자. 이 단어가 'Y.O.L.O.'의 뒤를 이어 우리 세대를 비추는 트렌드 단어로 떠오른 건 무척 놀라운 일이다. 앞서 본 통계대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벌어진 막막한 상황에선 누구나 희망을 잃기 십상인데, 오히려 '존버'는 자신이 잘하는 것 혹은 좋아하는 것에 매진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희망찬 이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까운 곳에서 '존버'하는 청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주시의 남부시장 '청년몰'이 그 사례인데, 청년몰은 꿈이 있는 청년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모인 청년상업공간으로, 청년몰 내 33개 점포는 가게마다 청년 상인들의 개성과 특색을 느낄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또한 더 가까이에는 우리대학 창업지원단의 '창업패키지 사업'이 있는데, 자신의 창업 아이템을 실현보기 위해 도전하는 청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렇듯 여전히 불투명한 나날이지만 청년들은 좌절하지 않고 꿈을 잃지 않은 채 꿋꿋이 걸어가고 있다. 결국 '존버'는 단 한 번뿐인 삶을 낭비하지 말라는 'Y.O.L.O.'의 태도에서 더욱 성장해 나타난 우리 청년 세대의 이념 변화인 것이다.
 하지만 'Y.O.L.O.'와 '존버'의 유행에 경제불황 등 사회적 고난이 바탕으로 존재했듯, 청년 개인의 노력만으로 그들의 어려운 여건을 전부 개선하기는 힘들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청년 창업 기반을 마련하고자 전통시장에 그들의 자리를 조성한 전주시 청년몰 사례같이 국가와 지역이 나설 필요가 있다. 우리 청년 세대의 기특한 꿈과 열정이 실현될 수 있도록, 즉 '존버'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존버'해보는 건 어떨까?
 

 

 이규희 기자 gh292gh@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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