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간염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인한 염증성 간 질환)을 앓고 있던 한 아버지가 있었다. 그 아버지의 아들은 이 사실을 알았지만, 아버지 스스로 잘 관리하실 거란 막연한 믿음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병세는 더욱 심해져 간경변증(간경화)으로 악화됐고, 결국 간암 초기라는 확진을 받았다. 간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 전에 하루빨리 간이식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아들은 결단하고 말했다. "아버지께 제 간을 이식하겠습니다". 아들은 그동안 바빴던 일상이 더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아버지의 건강한 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다'라는 뜻으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부모를 위해서일까. 이 말의 뜻이 무색하게 선뜻 자신의 장기를 아버지께 기증해, 건강과 가정의 화목을 되찾은 우리대학 구성원의 따뜻한 소식이 전해져 감동을 주고 있다. 바로 입학관리처 입학사정관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의진(30세) 선생과 그의 아버지(김남규 63세)의 이야기다.
 인터뷰하기 위해 만난 김 선생은 매우 건강한 모습이었다. 지난 2월 간 이식 수술이 무사히 마친 김 선생과 아버지는 현재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평소 아버지와 사이가 어땠냐는 질문에 김 선생은 "아버지와 같이 찍은 사진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서먹서먹했던 사이였어요"라며, "하지만 이번 일로 좀 더 친해진 것 같네요(웃음)"라고 말문을 연다.
 사실 김 선생은 자신이 아버지에게 간 이식 수술을 해야 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이미 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버님이 B형간염이 심해져 간경변증으로 악화됐다는 사실을 이미 3~4년 전에 알고 있었어요. 그때부터 미리 예상하고 있어서 그런지 수술 당일 날이 될 때까지도 두렵거나 망설임은 없었습니다"고 그동안의 과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어, "수술에 적합한 사람은 저뿐이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지금까지 아버지에게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덧붙여 "지금은 내가 하길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만족하고 있습니다"라고 그 당시를 회상했다.
 김 선생은 아버지를 생각하면 한 가지 후회되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처음 간 질환을 앓고 계셨을 초기 때 잘 돌봐드리지 못한 점이라고 한다. 
 "그때 제가 좀 더 일찍 아버님 병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면 수술까지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 많이 아쉬웠어요"라며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이어, "우리대학에도 타 지역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저처럼 부모님께 소홀히 대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요. 지금부터라도 간단한 안부 전화로 부모님의 건강을 챙기는 따듯함을 전하면 좋겠습니다"고 작은 당부를 전했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김의진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그 당시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고민과 잠시 잊고 있던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던 따뜻한 시간이었다.
 
▲ 올해 2월 아버지에게 간 이식 수술을 무사히 마친 후 삼촌과 사진을 찍은 김의진 선생(좌측)
   임지환 기자 vaqreg@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