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중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아기의 머리가 세상 밖으로 나올 때다. 분만이 임박했을 때 의사가 "더 힘주세요!" 하는 순간도 이때라고 한다. 머리만 나오면 다음 과정은 비교적 순조로우므로 '태어난 날'을 '귀빠진 날'이라고 부른다.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선 겪고 지나가야 하는 귀빠지는 일. 그러므로 생일은 축하받아 마땅한 날이다.
 귀빠진 날을 축하하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입 아프게도 코로나19 때문이다. 비대면이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자연스레 전화나 문자로 연락을 취하고, 선물은 기프티콘으로 전하는 추세다. 이와 더불어 정부에서 지시한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다중이용시설 운영시간 제한' 등의 방역 조치로 삶의 풍경은 조금씩 바뀌었다. 대학생에게 있어서 가장 크게 바뀐 풍경은 대학가의 모습일 테다. 20학번이 신입생일 무렵 대학 수업에도 비대면이 도입됐고, 얼굴을 마주하던 대면 수업이 며칠 유지되다가 종내 비대면 수업으로 학기가 마무리됐다. 대학 생활 중 1년이 어영부영 지나갔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어쩔 수 없는 차선책들이었기에 아쉬움이 남는 지난 한 해였다.
 지난해 <원대신문> 종강호 「코로나19, 대학 사회의 소통 부재 드러나」 기사를 살펴보면, 상당수의 학생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대학 당국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늦은 공지사항', '코로나19 특별장학금 비공개'. '방역 대비 미흡' 등의 이유가 있지만, 마냥 나무랄 수 없는 노릇이다. 팬데믹으로 바뀔 풍경을 누구 하나 쉬이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 겪는 일이었고, 대학 본부로선 첫 방역 대책이었다. 이번 학기는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코로나19로 바뀐 풍경 속에서 한 해를 보냈다. 대학 당국 또한 작년과 같이 우왕좌왕하진 않을 것이다. 2021학년도 1학기 학사운영 일정이 나온 시점에서 우리대학은 준비를 마쳤다고 본다.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긴급 조치, 성적 반영 비율 등 급변할 수 있는 상황에 따른 발 빠른 대처를 기대한다.
 시작만큼이나 마무리도 중요하다. 20학번이 풍족한 대학 생활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21년도 졸업자에겐 내심 아쉬운 갈무리로 기억될 것 같다. 지난달 17일에서 19일 학위복을 대여해 졸업을 기념했더라도 학위수여식이 취소됐기 때문에 형식에 지나지 않았으리라. 2020년도는 신입생의 한숨으로 시작해 졸업생의 한숨으로 저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오래 꺼내 볼 삶의 한 페이지가 너무 황량하진 않을는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2만여 명의 재학생과 대학 구성원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한편, 연초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가 백신이었다. 지난달 24일부터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한숨을 거두려는 찰나 백신은 안전성 논란으로 국면을 달리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6일에서 19일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백신 접종 의향을 밝혔다. '반드시 접종받겠다'는 응답이 43%, '아마 접종받을 것'이라는 응답이 29%로 뒤를 이었다. 반면 '접종받지 않겠다'는 응답의 비중은 19%였으며, '절대 접종받지 않겠다'는 답은 14%에 그쳤다. 10%는 응답을 유보했다.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받길 원하고 있지만, 소수의 불안감을 외면해선 안 된다.
 우리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졸업생들이 사회로 발을 들였으며, 21학번 신입생들이 대학 생활의 포문을 열었다. 더할 나위 없는 출발은 아니더라도 후회 없는 출발이 되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한다.
 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삶은 끝없는 직선으로 나아가고, 우리는 선 위에 점을 찍으며 살아간다. 그 점들이 모여 하나의 점묘화를 완성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어느 즈음 시작점을 뒤돌아 본 시작점이 퍽 괜찮았기를. 우리는 그럴 자격이 충분한 사람들이다.
 
오병현 기자 qudgus0902@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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