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통계청이 성인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낙인 피해 등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코로나 낙인에 대한 공포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코로나 확진자로 낙인이 찍힘으로써 일상에 복귀하더라도 편견·냉대·소외 등으로 심리적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치료가 끝나 격리가 해제되고 위험이 없음에도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PCR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거나 보험사에서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등의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을 바이러스 취급하고 주홍글씨처럼 낙인을 찍어버리는 일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이렇게 '코로나 주홍글씨'가 새겨진 이유는 무엇일까? 질병보다 그로 인한 시선을 두려워하게 된 사회를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하루에 수십 개씩 쏟아지는 기사들과 SNS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묘사와 근거 없는 이야기들 등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을 살펴보면 질병에 성격을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공포감이나 불안과 혐오를 극대화 하게 만든다. 특히, 욕설로 사용하는 '염병'(장티푸스), 병든 육체라는 뜻의 '병신', 답답한 심정을 표현하는 '암 걸린다' 등 다양한 표현이 일상용어로 빈번하게 사용됨에 따라 질병은 쉽게 조롱과 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질병에 지역 이름을 붙이는 사회적인 은유를 대입하기도 한다. '우한 폐렴', '대구 코로나'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에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시점에, 우한으로부터 병이 처음 발생됐다는 이유로 언론에서 우한 폐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는 곧 바이러스 앞에 지명을 붙이는 것은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감을 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으며 코로나19로 명칭을 정정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대구에서 크게 코로나가 확산됐을 때 언론에서는 다시 대구 코로나라는 단어를 썼다. 그동안의 비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질병을 둘러싼 다양한 은유가 덧입혀지고 있다. 은유로 인해 대상의 본질이 왜곡하거나 과장될 수 있다. 또한 질병이 야기하는 이미지나 낙인은 결국 개인이 자신의 질병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게 만든다. 사회는 마치 질병에 성격이 있는 듯 혹은 개인의 부주의함으로 질병이 일으키게 됐다는 듯 잘못된 믿음을 양산하고 퍼트린다.
 따라서, 질병은 질병일 뿐이며 치료해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던 표현들도 다시 보며 질병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질병 자체에서 이런 의미와 은유들을 떼어내려는 노력이야말로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위안을 줄 것이다.
 환자들은 병 그 자체보다 그를 왜곡, 은폐 하고 은유하는 방식 앞에서 상처 받고 절망한다. 과거와 현재 속에서 은유적으로 표현된 질병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깨우쳐 질병을 비하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을 쓰지 않아야 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병의 이미지는 모르는 사이에 각인된 편견일지도 모른다.  수전 손택은 『은유로서의 질병』 에서 "질병을 일종의 인과응보로 여기는 관념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암 환자는 일종의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암은 치명적인 질병이 아니라 수치스러운 질병"이 돼버린다고 말했다. 
 인류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할 질병을 개인의 잘못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해 버리거나 격리시켜야만 하는 '사회적 격리 대상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조수현 기자 chosumandu2@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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