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아들을 둔 A 씨는 지난해 12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사를 위해 은행에 예치해둔 계약금 약 1천만 원이 자신도 모르게 인출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도 모르는 사이 A 씨의 명의로 마이너스 통장도 개설돼 있었다. 이 사실을 인지한 A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조사를 받던 중 그의 아들 B 씨로부터 충격적인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평소 용돈이 부족하다고 느낀 B 씨가 더 많은 돈을 갖고 싶어 A 씨의 신분증과 신상 정보 등을 대출 업자에게 넘겼다는 고백이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에서도 반영돼 화제에 오른 청소년 사기 문제, 일명 '부모론'은 부모의 개인 정보를 가져오는 아이들에게 불법으로 소액 대출을 해주는 범죄를 말한다. 이 범죄는 고급 의류, 액세서리,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선 이미 꽤 유명하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부모님 명의로 대출을 받아준다며 미성년자를 속여 수억 원을 가로챈 일당에게 당한 피해자는 22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피해 금액은 무려 7억 5천여만 원으로, 최대 1억 원 이상을 빼앗긴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와 같이 청소년들이 금융 사기에 노출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 SNS에 홍보하고, 다른 대출에 비해 대출 과정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이 없는 청소년들은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므로, 별다른 심사과정이 없는 불법 대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대출업자들은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로 공인인증서를 발급해 각종 대출 상품을 이용하고, 예금주 몰래 인출하거나 신분을 도용해 2차 사기행위를 일삼는다. 더 심각한 점은 금융 사기를 당한 청소년 피해자들이 금전적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 또 다른 금융 사기에 가담한다는 것이다. 핸드폰이나 노트북 등 비싼 가전 중고 제품들을 판다고 게시해 물품은 보내주지 않고 판매대금만 챙기는 '중고나라론', 보이스피싱 조직에 운반책으로 활동, 심지어 직접 '부모론'에 가담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처럼 청소년들에게 취약한 금융 사기를 예방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의 원인을 '청소년'에게 국한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금융 문맹' 상태에 놓여 있다. 대부분의 학생이 가정과 학교에서 경제 교육을 받지 못 하므로,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지 않는 이상 금융 문맹 상태로 사회에 방치하게 되는 것이다. 사기를 예방한다는 1차원적인 예방보단, 청소년들의 금융 지식을 함양해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는 2차적인 예방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모든 인구 중 0.2%로 전 세계의 부를 좌지우지 하는 유태인들은 '식탁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경제 관념 확립을 위해 일상 속에 경제 교육을 녹여 경제에 관해 거부감이 느끼지 않도록 한 것이다. 유태인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용돈을 주고 자녀가 좋아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도록 유도하며, 자녀들이 경제적 관념을 확립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쉽고 빠른 대출로 유혹하는 불법 금융광고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전화나 문자, SNS를 이용한 대출 광고는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덧붙여 반복되는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의식도 향상돼야 하겠지만 책임자에 대한 사법적 절차 또한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 온라인은 특별한 검열이 없는 만큼 체계적인 보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자신의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알고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공것은 없다'는 속담을 명심해야 한다. 본인에게 유리한 조건과 혜택이 있다고 무작정 달려드는 행동은 지양하고, 다시 한번 확인하고 검증해 본다면 사기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하늘 기자 sponge5021@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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