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는 과거에 비해 연대의식을 중요시 여기는 사회로 변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편협한 인간으로서 양심을 저버린 악행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범죄다.
 오래 전 미국은 'KKK(쿠 클럭스 클랜)'라는 극성인종차별단체와 이들이 자행하는 참혹한 만행을 목도하면서 큰 충격에 빠졌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분노의 목소리를 냈고, 대중들의 거센 규탄과 항거로 KKK는 거의 몰락하고 말았다. 이후 사람들은 더 이상 KKK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이는 허상에 불과했다.
 지난 3월 16일, 美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스파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8명의 사망자와 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는데, 이중 다수가 한인들과 중국인들로 이뤄진 아시아인이었다. 이로 인해 아시아인 혐오 범죄가 전 세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에 또 다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이유 없이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행태의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언론 보도나 사회학자들의 의견 등을 참고해보면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을 향한 분노가 극에 달하며 일어난 인종차별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알다시피 코로나19로 현재 지구촌은 아노미 상태에 빠져있다. 인류의 생명이 달린 일을 두고 서로가 연대하며 평화적으로 돌파구를 찾는 것이 당연지사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있어 참으로 씁쓸한 심정이다.
 코로나19가 계속 되면서 모두가 지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분노를 폭력으로 해결해선 결코 안 된다. 무엇보다 인간이 가진 가장 강한 무기인 지성을 통해 이성적으로 상황을 해결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폭력만을 앞세운다면 그건 미개한 야만인의 해결방법에 다름 아니다. 위 사례들의 원인 역시 편협한 인종차별과 고정관념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사실 우리에게는, 타인이 어떤 이념을 가지든 관여해서 강제로 뜯어고칠 권리는 없다. 그러나 그 심각성이 도를 넘어 타인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면 그것은 절대 묵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때문에 설령 관여할 자격이 없다 할지라도, 무고한 인명이 희생당하는 걸 막기 위해선 강제적 수단을 동원하는 등 개인의 힘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사전에 차단을 해야 한다. 사실 애틀랜타 총격 사건 역시 이전에 예견되는 조짐이 있었다. 그렇지만 미국 정부가 안일한 자세를 취한 나머지 우려가 현실화되고 말았다. 
 누구나 차별과 혐오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 특히 인종차별은 자국민에게도 피해를 끼칠 만큼 위험한 이념이다. 실제로 애틀랜타 사건 역시 아시아인 이외에도 백인과 히스패닉 등 미국 내 시민들도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특정 인종을 향한 혐오 행위가 오히려 동족에게마저 방아쇠를 당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독일 최고의 석학이자 기자 출신 사회운동가 카롤린 엠케는 저서 『혐오사회』를 통해 "이 세상 누구도 누군가를 혐오할 권리는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어느 누구도 타인을 혐오할 자격은 없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라면 모두가 평등한 이웃이다. 그렇기에 갈등이 생겨도 폭력이 아닌, 이성적인 대화와 공감으로 원활하게 해결해야 한다. 설령 해결이 잘 안 될지라도 절대로 폭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 
 이는 인간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적 의무이자 양심이며, 이를 저버린다는 것은 자신 스스로 인간으로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선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혐오 범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폭력 사태까지,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민서 기자 leeminseo120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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