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어딘가 모르는 곳으로 훌쩍 떠나는 일. 그곳에서 마주하는 새로운 감정과 가치는 삶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여행이라는 단어가 설렘보다 그리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관광 명소와 그곳에 빽빽이 들어찬 수많은 사람, 햇빛에 드러나는 그들의 행복한 미소. 그 익숙했던 풍경은 이제 사진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고, 더없이 낯설기만 하다. 어쩌면 우리는 다시 그 풍경 속에 자리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위드(with) 코로나'로의 전환 시점에 대해 "9월 말~10월 초부터는 그에 대한 준비·검토 작업들이 공개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이 서서히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드 코로나란 말 그대로 코로나와 공존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는 것보다 그에 대한 인식과 방역체계를 바꿔 코로나19와 함께하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델타 플러스 변이, 람다 변이 등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및 돌파감염 추정 사례 증가 등으로 인해 대두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도 종식시킬 수 없다면 차라리 함께하자는 것이다. 국민 백신 접종률이 높은 싱가포르나 영국은 이미 거리두기와 모임제한 등 방역수칙을 대폭 완화해 위드 코로나를 실천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축구 리그 '프리미어리그'가 100% 유관중으로 진행되며 식당과 대중교통 등 일상 속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경제가 다시 활성돼 작년에 비해 올해 약 7%의 경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민 백신 2차 접종률이 77%를 넘었으며 지금까지 파악된 올해 사망자 수는 44명으로 대부분 백신 미접종자다. 이는 지난해 싱가포르 독감 사망자 800여 명에 비해 낮은 수치인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있고, 변이 바이러스와 돌파 감염 사례가 속출하면서 마냥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어찌 보면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편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언젠가 사라질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어느새 우리네 삶 깊숙이 자리잡았다. 세계를 뒤흔든 팬데믹은 역사의 새로운 변곡점으로 우리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놨다.
 그리 멀지 않은 예전 일을 생각해본다. 첫 해외여행을 떠나던 날이었다. 설렘을 넘어 가벼운 흥분까지 느끼며 비행기에 올라탔던 순간. 지나치는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눈부시게만 느껴졌고, 이내 내 모습 또한 그들과 같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그 순간. 여전히 가슴 두근거리는 그 시절의 공기에는 지독한 전염병이 아닌 달콤한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고, 타인의 감정을 눈이 아닌 입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딘가로 떠나 묵혀뒀던 감정을 털어내고 새로운 감정을 채워넣는 일. 여행은 짧고 그 여운은 길다. 그 긴 여운이 질병이 창궐하는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게 한다. 마스크 없이 어느 곳이나 자유롭게 누비는 게 당연하기만 했던 시절. 그 당연했던 일이 다시 당연한 것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정환 기자 woohyeon1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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