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시절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미화되지 않는 기억도 있다. 이 말에 많은 남성이 군대 시절을 떠올릴 것이다. 꽃피는 청춘들이 잠시 머무르는 곳. 그래서인지 벌레가 잔뜩 꼬이는 곳. 최근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드라마 'D.P.'가 군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드라마의 제목인 D.P.(Deserter Pursuit)는 군무이탈 체포조를 뜻하며, 탈영병을 잡는 군사 경찰을 의미한다. 제목처럼 드라마 속에선 여러 사연을 가진 탈영병들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한다. 스토리, 전개, 배우들의 명품 연기까지 고루 갖춘 이 드라마가 화제성을 불러일으킨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드라마 장면마다 나오는 옛날 군대의 악습. 흔히 똥군기라 불리는 병영 내 가혹 행위가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를 보며 예비역들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길 거 같다"며 많은 공감을 사기도 했고,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사람들은 "군대에 가면 정말 저러나?"라는 공포와 분노 섞인 질문을 할 만큼 많은 주목 받고 있다.
 드라마의 배경은 지난 2014년이다. 2014년은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작중 비춰지는 군대 내 참혹한 현실에 무게가 실린다.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직간접적 경험을 한 시청자들은 모두 SNS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 '군대, 지금은 얼마나 바뀌었나'라는 질문을 국방부에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측 관계자는 "그동안 병영 환경이 달라졌다", "병사 개인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즉각 신고할 방법이 많아졌다"며 항변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항변에 무색하게 최근 해군 내 선임병들로부터 집단 따돌림, 폭행, 폭언 피해를 호소하던 장병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건이 언론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국방부를 향한 국민들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현실 속에 D.P.는 더 이상 드라마로만 받아들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년 군대에서 일어나는 자살 사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기자가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가혹 행위로 인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춘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국방부의 빠른 대책과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만 봐도 사건이 발생한 이후 7년이 지난 올해가 돼서야 군사법원법 개정이 추진됐다. 이처럼 군대가 법을 개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굉장히 더디고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오랫동안 유지해온 제도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모병제 등 변화에 관한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은 어떻게 결정 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모두가 바라는 점은 지금보다 투명한 군의 모습이다. 더 이상 같은 전우를 죽음으로 몰아가거나 그 모습을 방관하는 모습은 없어져야 한다. 무조건적인 군인의 사명감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그 사명감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기반을 다지는 것이 바로 국방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주변 강대국의 정책에 따라 국방력 증강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아시아 패권 경쟁은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따라서 국방 강화의 중요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나라와 국민을 지킬 수 있는 강철군대'는 건강한 병영문화와 군인 인권의 강화가 선행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문준오 기자 mshee1123@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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