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7일은 입동(立冬)이었다. 입동(立冬)은 24절기에서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모두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겨울을 준비하고, 맞이하겠지만 우리대학 신문사는 조금 특별하다. 매년 이맘때 원대신문 창간기념호가 발행되기 때문이다. 창간기념호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원대신문에 대한 역사에 대해 조사하고, 어떤 내용을 담으면 좋을까 골똘히 생각하는 중 내가 올해 원대신문에 입사하면서 수습기자로부터 정기자까지 기자 생활도 되돌아보게 됐다. 
 고교 시절부터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좌우명과 함께 자리 잡은 기자에 대한 꿈은 나를 신문방송학과로 당연히 이끌었고, 적적한 군 생활 속에서 피난처 중 하나였던 다독과 글쓰기는 원대신문으로의 발걸음에 불을 지폈다. 
 입사 후 수습으로서의 삶은 설렘 속 열정으로 나를 움직였다. 우리대학에 대한 뉴스뿐만 아니라 관련 명사들을 두루 만나 취재하고, 기사로 쓴다는 것은 나를 가슴 뛰게 했고, 언론학도이면서, 미래 기자를 꿈꾸는 나에겐 참 유의미한 활동이었다. 또한 연달아 쓰는 기획 기사와 기자 동료들과 밤샘 마감을 하면서 스스로도 정말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이 올바른 열정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뜨거운 열정이 과다해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말을 묵살하고, 감정이 이성을 마비시킨 적도 많았다. 점점 뭐라도 되는 것처럼 마냥 나의 직관을 의지해 기사를 썼고, 일개 학보사 기자의 신분을 망각하면서 밖에서 으스대기도 했다. 그런 태도들이 쌓여 결국 오보 기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정 기사를 내보내면서 잠시 나를 되돌아 보았다. 그동안 내가 노력이라고 해왔던 것들이 무조건 옳고, 나의 노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나의 것들만 앞세워 주변을 살피지 못했고, 주위에 상처를 내면서 전진하고 있었다. 머리는 뜨거웠고, 가슴은 차가운 내가 된 것이였다.
 이 냉기를 품은 입동(立冬)은 지금까지 뜨거운 감정에만 치우쳐진 나에게 창간기념호를 통해 뜨거운 내 머리를 식혀주는 글귀를 떠올리게 해줬다. 담박(澹泊), 맑을 담 자와 조용할 박 자다.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한 상태를 뜻한다. 명지(明志), 밝을 명 자와 뜻 지 자로써 뜻을 분명히 한다는 말이다. 영정(寧靜), 편안할 영 자와 조용할 정 자로 평안하고 고요하다는 의미이고, 치원(致遠), 이를 치 자에 멀 원 자를 써서 원대한 포부를 이룬다는 말이다. 각각의 한자를 모두 합하면 담박명지 영정치원(澹泊明志 寧靜致遠)이 된다. 담박명지 영정치원(澹泊明志 寧靜致遠),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야 원대한 뜻을 품을 수 있다라는 뜻을 가진 이 말은 삼국지의 제갈량이 한 말이다. 
 잘못된 열정에만 의존해 이것을 정당한 노력이라고 둔갑시킨 나를 깨우는 이 글귀는 열정이라는 감정에 어질러진 내 마음을 관통했다.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고, 요동치는 와중에 기사를 써 내려가니 이성이 발 디딜 틈 없었다. 직관에만 의존하고, 사실관계를 소홀히 한 나에게 지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며, 이것들을 바로잡아야 할 시기에 적절한 꾸짖음이자 깨달음이었다. 
 창간기념호를 준비하면서 <원대신문>은 나에게 많은 가르침과 성찰을 주는 것 같다. 어느덧 정기자가 된 지금의 나에게 기자를 꿈꿨던 당시 초심을 잃지 말라는 당부 같기도 하다. 내가 그동안 원대신문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고, 창간의 뜻에 부합하지 못한 행동을 했던 것 같아 미안하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다시 기회를 주며, 꿈을 주었다.
 이 겨울 초입에 원대신문에서 늘 담백하고, 차분하길 꿈꾼다.

강창구 기자 kcg012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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