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로써 한국은 2018년 이후 3년 연속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통계청이 9월에 발표한 '2020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 당     25.7명으로, 1일 평균 자살 사망자 수는 36.1명이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는 것일까?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조사한 '2019년 자살원인별 자살현황'을 보면, 정신과적 문제가 34.7%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즉, 자살의 가장 흔한 원인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신 질환은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신질환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지만, 그것을 병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의지와 노력의 문제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불안하고 힘들다고 하면 외부 요인 때문에 불안증이라는 병이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성향 자체가 불안한 사람이라고 단정짓는다. 신체 질환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발견하고 전문적으로 치료하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만연하다 보니 대다수의 사람이 정신과 방문을 꺼리고 있다.
 정신과는 정신이 조금 이상한, 소위 미친 사람이 가는 곳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정신과 환자는 난폭하고 위험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정신과 환자들이 어떤 사건과 연관이 되면 이를 크게 보도하며 이러한 생각을 부추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신과는 무서운 범죄의 배경으로, 정신과 환자는 폭력적인 범죄자로 비춰진다. 
 그러나 사실은 많은 연구에서 정신과 환자는 폭력과 관련된 사건을 일으키는 빈도가 낮다는 것이 입증됐다. 만약 난폭한 경우가 있더라도 정신질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않았을 때 문제 되는 것이므로 조기 발견과 효과적인 치료로 충분히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신과는 기분장애와 불안장애와 같은 신경증과 정신분열병과 같은 정신증 뿐만 아니라 신경증적 신체 질환, 알코올 및 약물중독 관련 질환, 수면장애, 식이장애, 각종 사고에 의한 기질성 뇌 질환 등 뇌와 관련된 모든 병을 진료한다. 심각한 중증 환자만이 정신과에 내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정이나 학교,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가 정신 건강과 관련돼 있다.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고 이를 잘 대처하지 못하면 누구나 정신과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 요즘은 연예인의 정신과 진료 경험에 대한 고백과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부정적인 편견이 많이 개선됐다. 게다가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많은 사람이 크게 공감하면서 전보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사라지는 추세다. 그럼에도, 정신과의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이는 정신과 기록으로 취업, 입시 등에 불이익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작용한다. 공공기관·사기업에서의 개인 진료 기록 열람이 우려돼 치료를 망설이는 것이다. 하지만 진료 정보는 본인 동의 없이는 제3자가 열람할 수 없다. 
 정신과 방문을 미루고 혼자 힘으로 고통을 이겨내려다가 문제가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의학과가 두려운 곳이 아닌 따뜻하고, 일상적인 곳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조수현 기자 chosumandu2@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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