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5년이나 흘렀다. 내가 이후 10번도 넘게 탐독하게 될 책을 접한 것이. 그레이엄 헨콕의 『신의 지문』은 인류사와 세계사에 관심 없던 어린 내 눈을 활짝 열어준 소중한 책이다. 이 책을 접한 이후 누군가가 내게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나는 어김없이 『신의 지문』을 가장 먼저 꼽는다. 총 2권(상권, 하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숨겨져 있던 인류의 문화와 메시지를 추적하는 생생한 탐사 보고서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류 최초의 문명이 약 B.C.7000년 전의 이집트 문명이 최초가 아니고 적어도 B.C.10,000~15,000년 전에 고도로 발달한 어떤 문명이 이미 존재했고 그 문명의 조각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 문명에 전파되었다는 것이며, 그들은 후세의 우리에게 어떤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증명하는 전 세계의 유적지를 찾아 그레이엄 헨콕은 아주 심도 있게 탐구하고 그 증거를 과학적인 진실과 함께 독자들에게 매우 흥미롭게 전한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하'권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스핑크스의 가로로 난 줄무늬가 물의 침식에 의해 생겨난 것이고 따라서 스핑크스는 이집트에 물이 흐르기 전에 지어져야만 하고 이 후 이집트에 물이 흘러 스핑크스에 침식자국을 남겨야 한다는 연대적 사실은 스핑크스가 적어도 기원전 만 년 전에 완공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흔히 왕의 무덤으로 알려진 대피라미드(쿠푸왕)와 멘카우레왕, 카프레왕의 열 지은 세 개의 피라미드가 왕의 무덤으로서의 흔적과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하거나 신뢰할 만한 근거가 사실 전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쿠푸왕 이전에 이미 피라미드가 존재했다는 고증이 있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고 있는가? 
 이 책의 탐독 이후로 인류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나는 가지게 되었고 평소 즐겨보던 다큐멘터리에서 넘기기 힘든 이야기 거리들을 여럿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의학 다큐를 보다가 모계 유전자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었다. 미토콘드리아의 모계 정보를 추적하던 연구팀이 인류의 병목 현상, 즉 인류의 숫자가 갑자기 대폭 줄어든 시기가 있었음을 밝히게 되는데 그 시기가 기원전 만년에서 만 오천년 전일 것으로 예측된다는 이야기가 그 예다. 
 또, 화산활동에 관한 다큐를 보다가 일반 화산과 비교하기 어려운 파괴력을 가져서 전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슈퍼 볼케이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를 연구하는 팀이 가장 최근의 슈퍼 볼케이노를 찾았는데 인도에 있었고, 그 화산석이 지구 반대편에서 발견될 정도로 파괴력이 컸다. 그 시기가 약 만 오천년 전일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가장 위험한 슈퍼볼케이노가 미국의 옐로스톤지라는 이야기 등도 이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밝히고 있고 많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말하는 전 지구에 퍼져있는 대홍수 신화, 이것은 히브리역사서이기도 한 성경에도 노아의 홍수 신화로 기록되어 있는 대사건인데, 도대체 만 년 전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내가 처음으로 가지게 된 것은 새로운 인류사의 존재에 대한 충격과 엄청난 호기심이었지만, 이어서 가지게 된 것은 보이는 어떤 사건 이면에 있는 진실과 숨겨진 이야기에 대한 탐구심이었다. 이 책을 접한 이후, 나는 어떤 사건을 바라봄에 있어 그 이면의 이야기들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러다보니 내가 하는 학문에 있어서도 그 열정이 이어지곤 하는데, 도시의 공학적 이야기와 도시의 사건, 발전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도 드러난 분석 이외에 작동하는 문화적, 역사적, 그리고 철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도시 현상에 연계시켜 해석해보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그러다보니 비록 시간이 걸리고 해독하기 어려운 지점들에 벽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하나하나 발견해나가면서 느끼는 학문적 맛은 가히 이 세상 어떤 맛보다 기분 좋은 최고의 '일미(一味)'라 칭하겠다. 
 그레이엄 헨콕의 『신의 지문』에 이어서 인류사를 색다른 관점에서 읽어나간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이라는 6권의 책이다. 『신의 지문』에 이어서 늘 두 번째 추천 책으로 꼽는 책인데, 공교롭게도 두 책 모두 매우 통찰력 있는 인류사를 이야기하면서 '신'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꼽았다.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과거의 흔적이나 이야기를 접할 때 보통 외계인의 존재와 연결 지어 이야기하는 걸 즐겨하는 사람들을 본다. 물론 그러한 입장도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이고 나도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입장에서 그런 해석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심연의 우주보다 탐험하기 힘들고 더 많은 미스터리를 가지고 있는 곳이 깊은 바다이고 지구라고. 어쩌면 우리가 진짜 찾아야 하는 것은 잃어버린 인류의 흔적이고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아닐까?
 인류사, 문화, 역사, 이러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 그리고 반대로 그러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신'이라 칭할 정도로 미스터리하고 위대한 '우리'를 찾는 이야기.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준 인생의 책, 『신의 지문』을.


최성진 교수(도시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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