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다는 건 누구에게나 두렵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고 만다. 이런 우리에게 그날만큼은 제발 잊지 말아달라고 외치는 영화가 있다. 열흘 만에 존재도 이름도 사라져 버린 그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화려한 휴가>를 소개한다. 
 지금으로부터 42년 전, 1980년 5월 반동 세력들을 진압하러 간다는 상관의 말과는 다르게 수송기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는 군인들의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군인들이 내려오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광주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릴 적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동생 강진우(이준기 분)와 함께 살아가는 택시 기사 강민우(김상경 분) 그리고 민우가 근무하는 택시회사 사장이자 예비역 대령 박흥수(안성기 분), 진우와 함께 성당을 다니는 그의 딸 박신애(이요원 분)가 영화의 등장인물이다. 민우는 친구와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연애 상담을 하고, 깍두기도 담그고, 마을 주민들은 슈퍼 앞에 모여 전설의 고향을 시청한다. 하지만 이들의 평범한 하루는 특별한 것 없었던 이들의 삶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5월 18일 전남대 학생들은 독재 청산과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시작했다. 이런 학생들에게 계엄군은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가했고, 민우와 진우 그리고 신애가 있는 영화관까지 진입하게 된다. 대피하는 과정에서 계엄군은 시위와 상관없는 무고한 일반 시민에게도 폭행을 가하고, 진우의 절친한 친구인 상필이가 폭행으로 사망하게 된다. 이 사건으로 진우가 전교생을 선도하여 시위를 벌이고, 혼란스러운 시위 현장에서 민우는 동생과 자신이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이 상황을 피해 다니라며 시위를 벌인 동생을 나무란다.
 계속되는 계엄군의 폭압 속에서 지적장애인인 병조가 군인들에게 장난을 치며 까불다 그들의 심기를 건드려 몰매를 맞아 살해당한다. 그의 시신은 다음 날 아침 광주역 앞 리어카에 실려 있는 채로 발견되며, 버려진 시체를 보고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오게 된다. 5월 21일 오후 시민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계엄군은 철수를 발표해 시민들의 승리로 끝나는 줄 알았으나, 퇴각하기로 한 군인들은 애국가가 나올 때 국기에 대해 경례를 하는 시민들을 향해 총을 무차별적으로 발포한다. 무방비 상태였던 시민들은 처참히 죽어 나가고, 진우도 총상 입은 사람을 도와주다 총에 맞아 사망하게 된다. 동생의 사망으로 계엄군과 맞서 싸우기로 한 민우는 시민들과 무기고를 탈환해 시민군을 편성하고, 계엄군과 총격전도 벌인다. 
 5월 22일 결국 계엄군은 철수했고, 광주시민들은 고립무원 상태가 된 광주 시내를 정비한다. 시민들 스스로 수습대책위원회를 결성해 계엄군과 협상을 해보려 했으나, 이내 물거품이 돼 버렸고 다시 전남도청으로 향해 오는 계엄군을 보며 예비역 대령 박흥수를 중심으로 광주를 방어할 준비를 한다. 결과는 너무나 안타깝게도 모두 다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딸 신애가 광주시민들에게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제발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라고 외치는 소리와 함께 모두가 비극을 맞이했음을 보여주며 영화가 끝이 난다. 마지막 장면인 결혼식에서 다른 모든 이는 밝은 표정인 가운데, 가장 행복해야 할 신부만 슬픈 표정으로 끝나는 씬은 남은 자의 슬픔을 절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민주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고, 이름 모를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비록 비극적으로 종결됐으나, 광주 시민들의 외침으로 인한 민주화 운동 물결은 1987년 대한민국에 직선제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1980년 5월 그날 신애의 외침처럼 2022년 5월에 우리는 그들을 다시 한 번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사유진(생명과학부 1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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