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는 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넘어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시작은 '디지털 혁명'을 거쳐, '디지털 변혁' 그리고 끝내는 다양한 '디지털 진화'로 파편화될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특히 디지털 진화는 예측할 수 있는 정형적인 형태가 아니라, 매우 불확실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공산이 크다. 비유적으로 말해 새의 깃털이 체온을 지키려고 진화해온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날기 위한 기능으로 변화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혁신에 따른 우리의 인식 변화는 코로나19 백신과 그 유사성을 공유한다. 혼자서만 외면한다고 해결되지 않으며, 결코 개인이 피해 갈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인 셈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정밀하게 진단해온 많은 대학에서는 디지털 혁신을 기반한 '인문 융합 특성화 교육'에 초점을 두고 대학교육과 구조 전반을 개편해오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인력의 양적 확대와 질적 성장은 제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로의 진입에 따른 이 시점에서 우리 대학이 한 번쯤 되짚고 가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하나만 예를 들면, 디지털 사고와 인문예술과의 빌드업이 아닐까 싶다. 빌드업(Build-up)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대표적인 전략 과정 중 하나이다. 예를 들면 축구에서 공을 가진 팀이 끊임없이 동료와 소통하며 상대편 쪽으로 나아가는 일련의 거버넌스 형성의 기초과정을 통칭한다. 스포츠와 별개로 네트워크와 점유율을 중요시하는 대학에서도, 이 빌드업 과정에 대해 많은 시간을 전략적으로 할애해야 함은 당연하다. 빌드업 과정은 구성원들의 협업과 긍정적인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주요 전략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고와 인문예술과의 빌드업은 가르침과 배움이 적절하게 배분된 형태의 교육 거버넌스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고의 교육을 전담하는 대학이라는 기관은 공자가 말한 행단(杏壇)과 같아야 한다. 혁신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서로가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교육과정과 관련한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빌드업하는 실험공간이어야 한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가 가장 적극적으로 실현되는 장소여야 한다. 따라서 구성원 모두 시대가 요구하는 사유 방식을 한발 앞서 이해하고, 끊임없는 디지털 사고로의 전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인문예술 관련 분야 또한 다양한 방식의 빌드업을 통해 시대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알고 우리만 모르는 서글픈 과거의 지혜로 남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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