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자폐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말아톤」을 보았다. 전문적 식견은 아니지만, 장애우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의례 빠지기 쉬운 통속성과 작위적 결말을 잘 관통한, 매우 감동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승리’라는 교훈을 강조하지도 않을뿐더러 자폐아(장애우) 주변부 사람들의 갈등을 감추려들지도 않았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지난 겨울에 읽은『개인적 체험』이 생각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 소설을 쓴 작가의 아들 역시 선천적 장애아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여 오늘 여러분들에게 안내할 이 소설은 장애아를 둔 아버지의 소설적 고백,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기’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이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과연 이것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만한 것인가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가령『개인적 체험』을 읽고 눈시울을 붉힐 만큼 감동적이었다거나 재미있었다고 말할 만한 독자는 문학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작품을 명작으로 꼽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먼저 주인공 버드가 어떤 갈등을 겪는지 살펴보자.
  불치의 병 뇌헤르니아를 앓는 기형아로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는 버드는 아이를 그냥 죽게 내버려 둘 것인지, 아니면 수술을 해서 생명만은 건질 것인지, 평생 불구자로 살아가야 할 아이를 키워야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우리 세계의 보편적 진실에 따른다면 주인공은 아이가 비록 불구로 한 평생을 살게 되더라도 마땅히 살리고 키워야 옳다. 그러나 막상 그러한 상황에 맞닥뜨린 버드에게 이 문제는 마땅히~해야 한다는 식으로 풀어갈 얘기가 아니다. 개인에게 닥친 시련은 그의 삶을 침범하는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버드는 상황을 여러 가지로 벗어나려고 시도하다가 마침내 아이를 살리기로 결심한다. 버드의 개인적 체험은 우리들이 섣불리 정황만 가지고 이해하려 들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그만큼 이 소설은 전대(前代) 리얼리즘 소설답지 않게 독특하다. 버드가 그의 아들을 처음 보았을 때의 장면은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기형적 생명을 어떤 기쁨이나 슬픔이 아닌 혐오를 목도하는 것으로써 생생하게 진술하고 있는데, 어찌 보면 이것이야말로 꾸밈없는 개인적 진실의 가장 정확한 심리묘사일 것이다. 버드는 이 소설에서 상당히 희극적이고 엉뚱하고 괴기스럽기까지 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 소설의 매력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여유부릴 수 있는 진실에서 한 발치 떨어진 버드가,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의 절망과 불안을 드러내는 것. 결말부에서 아버지 버드가 장애아 아들을 가슴에 품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아프리카 지도에서 희망과 인내를 찾아볼 생각을 하는 장면은 비록 우리가 불가항력의 현실을 맞게 되더라도 삶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보편적 진실을 이야기 해준다. 개인적 체험이 보편적 진실에 이르는 것이다.
한국어문 3년 강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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