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열
(신경정신과 교수)

‘마음의 감기’라는 우울증은 정신병이라는 편견과 나약한 마음 때문이라는 오해로 인해 그 심각성이나 고통, 그리고 그 유병률에 비해 일부 환자들만이 치료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한 기분을 경험하고 혹시 내가 우울증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우울증은 상당히 흔한 질환으로 약 5명 중 한 명이 일생에 한번은 우울증을 경험하고 전체 인구 중 3~4%는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1990년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이 세상 모든 질병 중에 비용, 심각성, 후유증을 종합하여 가장 많은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 중 4위로 평가 되었으며 2020년에는 허혈성 심장병에 이어 2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하였다. 특히 심각한 우울증인 주요우울장애의 경우 전체 환자의 60~70%가 자살사고를 가지며 10~15%가 실제 자살로 사망하는 것으로 돼 있어 치사율에서도 다른 심각한 질환에 비하여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우울증이란 무엇인가?
임상적인 우울증은 심각하고도 흔한 기분의 장애로 마음뿐만 아니라 신체도 동시에 악화시키는 질환이다. 우울증에서 핵심 증상은 우울한 기분이나 흥미의 상실 같은 기분증상이나 동시에 직업과 사회, 신체 기능의 심한 장애를 가져온다.

우울증은 치료받지 않으면 몇 개월에서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관계의 와해나 직업적인 생산성의 상실, 무능력,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현재의 우울증을 설명하는 이론은 임상적인 우울증이 단순히 나약한 마음이나 성격에서 기인하기 보단 수면장애나 식욕부진 같은 신체적 이상과 기분의 조절을 연결시키는 뇌신경세포의 생화학적 불균형과 연관된다고 한다. 우울증의 취약성에 관련된 요소에는 심한 스트레스나 상실, 내과적 질환, 성격적 경향, 유전적인 소인들이 포함된다. 때로는 우울증이 특별한 원인 없이 생길 수도 있다. 종합하면 이런 신체, 심리, 시화적인 모든 요소의 복합적 작용에 의해서 나타나며 결과적으로 뇌신경세포의 생화학적 이상, 심한 경우 일부 뇌구조의 변형을 초래하여 진행하는 뇌의 질환인 것이다.

우울증과 우울감은 어떻게 다른가?
우울증은 신체증상, 기분, 사고를 포함하는 신체 전반에 걸친 질환이다. 이것은 환자의 수면과 식사뿐 아니라, 환자가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방식과 사물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에 영향을 준다. 우울증은 일시적인 우울감과는 다르다. 이것은 개인적인 약함의 표현이거나 의지로 없애 버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단지 마음을 굳게 먹는 것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우울증은 이미 뇌의 생화학적, 구조적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위의 표는 우울증과 우울감의 차이를 보여준다.

누가 우울증으로 고생하는가?
우울증은 일년에 매년 320만 명(4천만의 8%)이 걸리나 그 반수 이하만이 치료를 받는다. 여성은 우울증에 걸리는 빈도가 남성보다 두배나 높다.

우울증의 증상과 징후
하루 종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일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의 감소
체중이나 식욕의 심각한 변화(식욕감소, 체중    
감소, 일부는 지나친 식욕증진과 체중증가)
수면장애(불면증 혹은 지나친 수면과다)
안절부절, 초조하거나 행동이 둔하고 느려짐
에너지가 부족하고 우유부단함
무가치감이나 부적절한 죄책감
죽음이나 자살사고

위 내용은 임상적인 우울증의 주요 특징이 포함한 9가지 주요 증상이다. 만약 처음 두 증상 중 한 개와 나머지 일곱 증상 중 네 개 이상의 증상이 있다면, 그리고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고, 개인의 사회, 가정, 학교 등에서 기능을 저하시킨다면 우울증의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진단은 전반적인 정신과적, 신체적 검사를 통해서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는 다른 정신과적, 신체적 질환이 배제된 후 내려져야 한다. 전문가와 상의가 필요한 경우를 정리하면 ①우울감과 함께 불면이나 수면습관의 변화, 식욕이나 체중의 변화, 불안, 죄책감, 주의집중력의 변화가 있는 경우, ②정상적이고 규칙적인 생활 범위에서 벗어난 경우, ③우울증으로 인해 직장, 가정, 학교생활에서 2개월 이상 정상이하의 생활을 하는 경우, ④자살에 대한 생각을 자주하는 경우이다.

우울증의 치료
임상적 우울증은 1년 정도 치료하면 80~90%의 환자가 치료되는 질환이다. 적절한 개입은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호전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우울증에는 약물치료와 정신치료가 있다.

약물치료는 항우울제가 대표적인데 항우울제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며 중독성이나 흥분성은 없다. 투약 후 바로 증상이 호전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2~3주가 지난 후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주로 식욕, 활력, 수면 등의 신체 증상이 먼저 호전되고 이후 기분이나 부정적 생각 같은 사고 증상이 호전된다. 항우울제는 뇌 생화학 성분, 특히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주어 그 효과가 나타난다. 항우울제에 많은 경우 호전을 보이나 불행히도 우울증은 재발이 매우 잦은 질환으로 충분한 치료나 투약 중지시 일년이내 재발율이 60~70%에 이른다. 그래서 증상이 완전히 호전된 후에도 적어도 6개월 이상 투약을 유지해야 하며 세 번 이상 재발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심각한 자살시도가 있었던 경우 등은 수년에서 평생 유지 투약요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또 정신과 의사와 항상 상의가 중요하고 약을 끊으라고 할 때까지 복용해야 한다. 항우울제를 둘러싼 오해 중에 중독이 된다는 말은 틀린 것으로 잦은 재발과 장기간의 투약기간 때문에 생긴 오해이다. 또한 약을 먹으면 사람이 멍해지고 둔해진다는 오해는 대부분 치료 초기 심한 불면과 불안을 조절하기 위해 병용된 신경안정제(항불안제) 때문이며 대부분 좋아지고 항우울제 자체는 오히려 집중력과 활력을 높여 준다.

정신치료는 의사와 환자간의 대화를 통한 치료방법으로 많은 형태가 있으며 오늘날에는 인지치료, 대인치료, 정신역동치료, 지지정신치료 등이 사용된다. 이들 치료는 개인, 집단, 가족의 면담에 적용될 수 있다.

인지치료는 우울증 환자가 자기나 세상에 대한 비현실적, 비관적인 태도로 인해 사고의 장애를 갖는다는 전제를 기초로 한다. 인지치료에서는 개인이 스트레스에 대한 새로운 대응전략을 갖도록 교육을 받게 한다. 개인은 부정적인 시각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배우고 연습한다.

이러한 목적을 설정하고 달성하는데 있어서 치료자와 환자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대인치료는 기본적으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갖는 사람에게 적용된다. 이 치료는 중요한 인물과의 관계에서의 문제점에서 우울증이 생긴다고 전제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단기간의 대인치료는 배우자, 가족구성원, 친구, 직장상사나 동료와 같은 개인생활의 중요 인물과의 현재 사회적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 환자의 현재 상황에 주된 초점을 맞추어 행동을 관찰하고 감정상태를 파악해 대안적인 다른 행동을 시도하게 한다. 대인 치료의 목적은 대인 관계 기술의 향상이다.

정신역동 치료는 앞의 두 가지 치료보다 좀더 시간을 필요로 하는 치료법이다. 인간의 어린 시절의 해결되지 못한 갈등이나 고통스러운 경험이 성인에 이르러서도 지속되어 개인의 일과 생활에 문제를 만든다고 전제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볼 때, 어린 시절의 갈등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이 스스로 반복된 형태에서 벗어나게 해 개인이 삶의 욕구를 좀더 성공적으로 이루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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