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크게 보면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야기’와 ‘이야기하기’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를 떠받치고 있지만 바람직한 것은 깔끔한 덧칠로 그 경계나 틈새마저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과일의 껍질과 속살이 뒤섞여 영양가 높은 과일즙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려면 우선, 이야기는 ‘있을 법한 것’이어야 하고, 이야기하기는 ‘그럴듯한 것’이어야 한다.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들려주는 것이 다름 아닌 소설이다.

 물론 이런 전략의 기초가 되는 것은 문장 공부다. 정확한 문장 구사 능력이 없으면 위에서 말한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풍부한 어휘력과 조응규칙 등 어법에 맞는 문장력, 나만의 개성 있는 글투를 구사하려는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좋은 소설가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먼저 <타인의 방> <충치> <겨울나기 나무> <액션배우를 꿈꾸다> <번지 점프를 하다> <사월의 눈> <반가운 손님> <무인도> <노인은 언제나 별을 보고 있었다> 등을 골랐다. 수십 편이 넘는 응모작 가운데 위의 작품들은 대체로 안정된 문장력을 바탕으로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그러나 모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전하는 데는 흠이 많았다.

 최종적으로 <액션배우를 꿈꾸다>와 <번지점프를 하다>를 두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전자를 당선작으로, 후자를 가작으로 결정하였다. 당선작은 아버지에 비해 나와 동생의 성격 창조가 미흡하고 결말도 느슨했지만, 단단한 문장력으로 보아 앞날을 기대해 볼 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가작 또한 당선작에 비해 모자람이 없는, 오히려 깔끔한 면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지만, 소품인데다가 주인공이 자살을 선택하는데 대한 개연성 등이 부족하여 아쉽게 가작으로 밀려났다. 충분한 문학적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므로 앞으로 더욱 정진하기 바란다.

* 외부동문심사위원 소개 * 

윤 흥 길 (소설가)

1942년 전북 정읍 출생
1973년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68년 ‘회색 면류관의 계절’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1983년 현대문학상 수상
2000년 ‘산불’로 제6회 21세기문학상 수상
2000년 현재 한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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