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곧은 마음 길이 끈 적, 끈적거려
어혈 풀기가 여간 수월치 않네.

들켜버린 모든 잠은 동 틔워 내 버리고 어둠에도 시루떡 닮은 아침은 있어 켜를 뜨면 발그레 별 두엇이 잦아드는 발복(發福)의 창 앞에 길을 내는 새벽, 엄숙히 뒷짐을 풀어 맨 얼굴을 씻네
첫눈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꽃 있겠냐만 환희처럼 세월 삼킨 봄날은 꽃비 내려 단단한 뿌리도 물러 바람에 뽑히는데 눈물로 흉을 남긴 허리 꼿꼿한 스물여섯, 강물의 무게를 재는 일이었네

뼈 걸음 걸어온 꽃그늘 밑에
맥없이 함께 서려니 참 민망하네.

박영학 (시인, 정치행정언론학부 교수)

* 원불교 아흔 세 번째 대각개교절을 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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