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백일장에서 총 116명의 산문 응모자들 대부분이 '얼굴'과 '열쇠'라는 글감을 선택하여 경합을 벌였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기본적인 문장력과 구성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글에 대한 열정과 패기 또한 만만치 않아 심사위원들의 눈을 흡족케 했다.

 장원 이하 입선에 뽑힌 글들은 이러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친 '탁출한' 글들이고 입상하지 못한 참가자들 또한 앞으로 촉망되는 예비 글쟁이들이라는 점에서 기쁘지만, 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 그것은 문장력과 구성력이라는 '문학적 관습'에는 능숙하지만 그 능숙함이 자칫 매너리즘적인 기예로 흘러버릴 수 있다는 우려이다.

 즉, 이번 백일장에 참가한 산문 응시자들은 글쓰기에 관한 한 '기본기'를 익힌 학생들이지만 그 연장을 통해 정작 빚어내야 할 '단단한 무엇'에 대한 인식과 통찰력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것이다. 문장, 서사적 패턴 등은 사전에 약속한 규칙, 즉 '길' 같은 것이긴 하나 그것이 고정되고 정형화된다면 그것은 어떠한 충격이나 감동을 전달할 수 없다.

 진부한 일상어를 통해 '새로운 길'을 여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그 힘으로 기존의 규약들을 조금씩 비틀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뽑힌 글들은 대개 완성도가 높은 글들이지만 더불어 이러한 약간의 '비틀기'를 통해 잠재적인 가능성을 열어보인 글이다.

 장원에 뽑힌 김다운의 글은 깔끔한 문장과 군더더기 없는 구성이 돋보인다. 유흥업소의 밤무대에서 13년째 무명 가수로 일하는 아버지와 어린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글은 이들의 가난하지만 순수한 꿈을 달무리와 별과 함께 한 편의 동화처럼 펼쳐놓고 있다. 차상에 당선된 오상아의 <열쇠>는 몸이 불편하지만 경비원을 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늙은 개를 통해 간접적으로 묘파함으로써 화자의 애증어린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는 수작이다.

 차하에 당선된 조수빈의 <컹,컹>은 제도교육 속에 갇힌 고3 수험생의 기계적인 일상을 늙은 개의 '짖음'과 대비해서 그리고 있다. 늙은 개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중간 부분이 다소 지루하지만 이를 통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실존'의 문제와 도전적인 문제제기는 글쓴이의 잠재적 가능성과 역량을 보여준다.

 '열쇠'라는 소재를 통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 조으리의 글과 허지현의 <이 빠진 열쇠>는 어른스러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글로, 글솜씨도 솜씨려니와 그 태도에 있어 훨씬 신뢰가 가는 글이다. 강슬기의 <열쇠>와 유은주의 <연인>은 대중문화적 상상력에 기대고 있으나 발랄한 감수성과 개성을 높이 사 차하에 가름한다. 당선자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입상하지 못한 참가자들에게도 건투를 빈다.

심사위원 : 정영길 (소설가, 한국어문학부 교수), 이상복 (평론가, 한국어문학부 교수), 정은경 (평론가, 한국어문학부 교수), 박종원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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