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국일미디어 1998

 네 번의 시도 끝에 완독하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처음에는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 읽기 시작 했으나 난해하고 낯설은 문체 때문에 열 장을 못 넘긴 채 책을 덮었다. "모든 번역은 오역이고, 모든 독서는 오독이다"라는 말이 있듯 독서에 진전이 없는 것은 순전히 매끄럽지 못한 번역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춘기 소년에게 웬만한 성적묘사나 표현이 아니면 흥미가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흥미를 잃고 책읽기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탓일 수도 있었지만, 3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양과 미묘한 표현들의 행간을 읽을 만한 능력도 턱없이 부족했다. 그 후에 두어 번 정도 시도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몇 년 후, 원하지 않은 학교, 원하지 않은 학과에 오게 되었고 도무지 마음 붙일 데가 없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차분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은 문학, 음악, 회화, 사랑에 관한 내용들이 집합되어 있었다. 인내하며 정독한 것에 대한 보상이던가.

 꽃잎 차에 찍어먹은 마들렌이 찻잔 위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처럼 유년기의 기억을 재현해주듯이, 책에서 화자는 이렇게 회고한다. 

 " …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작은 집들과 그 교회당, 콩브레 전부와 그곳을 둘러싼 지역들, 그 모든 감각적인 현실이, 마을과 정원들이, 내가 마시는 찻잔 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고맙게도 거의 잊고 지내던 내 어릴 적의 불쾌한 경험이나 아련한 짝사랑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방음을 위해서 벽에 코르크를 덧대고 거의 세상과 등진 채 11년간 써온 시간과 기억, 존재, 구원을 주제로 삼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긴 나머지 사람들에게 읽혀지지 않고, 그렇게 읽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칭송받는 비운의 작품이다. 프루스트의 독자로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혀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고대승 (경영학부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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