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형체없이 흐르는 세월에도 고유의 무게가 있지 않을까.
 '세월의 축적'이라는 말이 맞는 표현이라면 거기에는 반드시 두께나 높이가 있을 터이니 무게도 없을 리 없다는 다소 생뚱맞은 생각이 든다. 이는 순전히 모교의 대학신문이 어느덧 창간 52주년을 맞았다는 예사롭지 않은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아! 내가 잊고 있던 사이에도 세월은 어느 곳에든 공평히 흘러 우리 대학신문도 무려 반세기가 넘는 지령을 쌓고 있었구나. 사학이 지닌 원초적 한계를 이겨내고 건학 62년을 맞는 우리대학과 그 10년 뒤부터 지령을 이어온 학교신문의 역사는 그 존재만으로도 이미 경이롭다.

 반세기의 굴곡 많은 현대사 갈피에서 대학신문은 피끓는 젊은이들의 일기장이었고 그들의 땀과 눈물을 닦아주던 손수건이었으며 희망을 싣고 날아오른 연이었거나 열정으로 나부끼던 깃발이었다.
 

 지금 인터넷 시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수명을 다했다고 회자되는 종이신문이지만 그 무게감과 질감, 그리고 긴 호흡은 결코 달리 치환되거나 폄하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학과 함께 대학신문도 무궁하게 발전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진정으로 대학신문의 창간 52주년을 축하하며 앞으로 수 천년을 향한 질풍 같은 전진을 기원한다.

이재호(KBS기자, 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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