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연(因緣)을 믿는다. 인터넷 사전 검색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내력 또는 이유' 등으로 정의되는데, 특히 '불교에서 인(因)과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

 곧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과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에 주목한다. 원불교 성가 가사처럼 '지난 날 일들을 돌이켜보면' 나의 모든 것은 인연(因緣)에서 비롯되고 모든 결과는 인과(因果)에 의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괴로움도 즐거움도 내가 지은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인연을 좀 더 숭고한 그 무엇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나의 모교인 <원광대학교>와 나의 대학시절을 송두리째 헌납하다시피 한 <원광대신문>과의 인연은 인연 그 이상의 운명적인 것이었을거라고 생각한다. 화우(花雨) 흩날리던 봄, 눈부시게 푸르른 여름 날, 낙엽 흩뿌리며 시심(詩心)을 돋우던 가을, 하얗게 눈 덮인 순결한 겨울의 캠퍼스는 사유하고 사색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젊음을 불태우던 내면의 전장(戰場)이었으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훈련과 치유를 통해 나의 앞날을 열어준 '좋은 인연'들이었다.

 지금까지도 '원기회(圓記會)'를 통해 끈끈한 애정을 이어가고 있는 <원광대신문> 선후배와의 만남은 또 어떠한가. 오늘 날 내 삶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격려하고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그루터기 같은 선후배를 떠올리면 가슴이 뜨겁다.

 문재(文才) 넘치는 원광대학교에서 원광대신문사의 위상은 또 얼마나 공고했던가. 일일이 기명하지 않아도 한국문단의 거목으로 손꼽히는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원광대신문의 토대 위에서 맘껏 기량을 갈고 닦았고 그들의 활동을 지켜본 독자들 또한 한국문단사에 기여한 공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증폭되던 시기에 대학신문만이 시도할 수 있었던 적절한 의제설정은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노력했던 증표이기도 하다.

 <원광대신문>이 창간 52주년을 맞았다. 엊그제 반백년의 성숙함을 자랑하더니 어느새 2개의 나이테를 더해 원숙의 경지에 이르렀다. 모교의 발전과 더불어 원광대신문이 앞으로도 대학환경의 감시와 대학 여론의 형성과 주도, 대학사회 구성원의 연결과 통합, 새로운 가치를 형성하는 창조 및 학습적 역할을 주도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신문으로 발전해나가길 충심으로 기원한다.

김사은 (전북원음방송편성제작팀장, 원광대신문사 2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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