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어렸을 때 우리나라 가장 큰 명절인 '설날'과 '추석'을 손꼽아 기다렸다. 풍성하고 맛있는 명절 음식과 학교를 쉴 수 있다는 기쁨, 그리고 친척들이 주는 용돈까지 명절만 되면 "제발 시간아 멈춰라"고 속으로 기대했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생각난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고 나니 명절의 분위기는 이전과 다르게 흘러갔다. 왜냐하면 "학교성적은 몇점이니?" 혹은 "대학교는 어디로 갈 생각이니?" 등 친척들의 잔소리가 두 귀를 매섭게 찔러댔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때까진 이런 잔소리가 '자극'이 되고 '충고'라 생각하며 넘겼다.
 향후 성인이 됐고 군대도 전역했다. 곧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졸업예정자가 됐다. 고등학생 때 보다 명절이 더 싫어졌고, 명절을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다. "여자친구는 있니?", "결혼은 언제 하니?", "학점은 몇점이니?", "취업은 언제 하니?" 등 이제는 잔소리가 스트레스가 되고 오히려 부담감만 안겨준다. 불행하게도 이 상황이 기자의 경우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명절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대학생들이 의외로 많았다.
 실제 대학생을 상대로 '명절, 기다려지나요?'를 주제로 한 공동설문조사에 따르면 알바몬과 잡코리아에서  '반갑고 기다려진다'는 응답은 18.7%에 불과했으며, 이의 약 2배 가까운 32.9%가 '명절이 부담스럽고 기다려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결과 명절을 기다리고 대학생은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안타까운 결과가 나왔다. 
 또한, 취업 준비생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취업 준비생은 더욱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취업 준비생 남녀   3천3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대부분이 명절에 친척들이 하는 말들에 의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59.1%가 '잔소리로 인해 오롯이 혼자서만 명절을 보내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어 명절에 가족 및 친척들로부터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말이 '취업은 언제쯤 할 거니?'라는 응답이  39.8%로 가장 높았고 '앞으로 계획이 뭐니?'와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지'가 각각 34.3%, 24.2%로 뒤를 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현상이 약 10년 이상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작년에 명절이 불편한 대학생들을 위한 '명절 대피소'까지 등장했다. 파고다와 해커스 같은 어학원들이 자습실을 개방하고 운영 기간 동안 취업진로 진단검사나 무료 모의 토익도 볼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전 신청 당일에 신청자 수가 1천400명이 훌쩍 넘었다. 더불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혼자 여행을 떠나는 등 명절의 불편함을 피해 자기개발의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도 있다.

홍건호 기자 hong7366@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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