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공동체 라디오를 비롯해 20개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이 2021년 허가를 받고 새로운 방송국을 설립하게 됐다. 2023년부터는 서울 마포FM을 비롯한 기존 7개 방송국과 신규 방송국을 더해 전국에 27개 공동체 라디오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게 되었다. 미국 760개, 영국 270개, 일본 319개 공동체 라디오가 시민들에 의해 설립, 제작, 운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도입은 때 늦은 감이 있다. 
 지역위기, 지역소멸이라는 암울한 담론이 확산되는 현실에서 지역 공동체 라디오는 어떤 의미인가. 국내 넷플릭스 월 이용자 수가 900만을 넘어섰고, 세계 유튜브 이용자 수는 20억을 넘어섰다. 이처럼 미디어의 글로벌화는 동시에 국내와 지역과 공동체 중심의 미디어 균형발전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민이 주인인 작은 미디어, 공동체 라디오는 무엇이고 지역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따져보는 것은 미디어를 통해 지역 공동체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20여년 간 준비해 온 공동체 라디오
 우리 사회에서는 지방자치제도의 본격 도입 이전부터 풀뿌리 시민미디어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2003년 들어서야 출력 1W의 소출력 라디오 시험방송 이뤄졌다. 시험방송 이후 본격 도입을 위한 법이 정비되어 7개 방송국이 허가되었지만 이후 추가 허가는 없었다. 지역의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지역 공동체의 취약성 등의 사유로 도입정책이 미뤄져 온 것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1백여 개 이상의 조직, 개인들이 소출력 라디오 설립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멈춰버린 시민미디어 정책으로 인해 이 방송을 준비하던 많은 시민이 정부를 원망하고 시민미디어 운영의 꿈을 접어야 했다. 
 1차 허가받은 7개 사업자는 운영 초기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도 해외 공동체 라디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출력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컸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7개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 밀착형 라디오로 지역민이 직접 소유, 운영, 제작, 편성하는 시민미디어의 기능을 다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 마포와 관악, 경기에 성남, 충청에 공주, 광주 서구, 대구 성서 그리고 경북 영주 등 7개 지역에서 공동체 라디오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민들이 운영자 뿐 아니라 제작자, 리포터, 목소리를 내는 출연자로 참여하는 방송을 통해 새로운 지역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역민의 참여로 성공적 지방자치, 성숙한 지역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인, 청소년, 성소수자 및 재가 장애인과 외국인 근로자 등 그동안 대중매체에 노출이 어려웠던 사람들을 방송 제작에 참여시키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넓은 권역을 갖고 있는 기존 정규출력 라디오는 대중매체라는 특성상 수행하기 어려운 방송 프로그램으로 지역밀착형 시민 미디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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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동체 라디오의 의미
 모바일 기기 보급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많은 시민은 모바일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지역의 지자체나 시민단체를 마을 미디어를 운영하는 단체들이 인터넷을 활용하여 다양한 정보,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일부에서는 지상파 전파를 이용한 라디오 방송을 도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동체 라디오는 국민이 주인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이고 동시에 방송법에서 정한 방송으로 공적책무를 다해야 하는 비영리 방송이다. 인터넷 라디오, 유튜브 방송과는 다른 공공성 책무를 지닌다. 이처럼 공동체 라디오는 시민참여 미디어, 지방자치 미디어, 재난방송 그리고 지역 공동체 복원 미디어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공동체 라디오는 국민주권, 지역분권과 주민참여 시대 전파의 주인인 국민이 직접 전파를 사용하여 라디오를 운영하는 시민참여 미디어이다. 
 2016년 촛불정신은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진리를 사회 전반에 실현하고자 하는 모든 시민의 새로운 시대정신의 요구였다. 미디어 영역에서도 시민을 대신하여 공영방송 운영하는 방식과 달리 시민이 직접 미디어 운영에 참여하고 시민이 주인이 되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목소리를 내는 시민참여 방송, 시민이 주인인 방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역의 소멸은 국가의 소멸이다'는 위기의식 속에 지역분권이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의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방송과 통신에 이용되는 전파는 국민의 재산이며 공공재이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가 국민을 위해 사용되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동체 라디오 운영은 전파 주권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공동체 라디오는 지방자치 미디어이다. 현재의 정규출력 지역 방송 시스템으로는 소지역(시군구등 지방자치 기초 단체)의 지역 방송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다. 지역 정규 출력 방송국은 그 기능, 운영규모, 인력, 제작비와 수입구조를 고려할 때 지역 밀착형 공동체 미디어 기능 수행에 합당한 미디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정규출력 지역방송은 중앙 네트워크 기능을 일부 수행하고 동시에 광역도나 광역시 규모의 방송권역을 가지며 동시에 주요 뉴스나 정보는 광역단위 관심사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소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중앙에서 소외되고 동시에 광역 지역에서 소외되는 2중 소외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공동체 라디오는 출발부터 시설 장비 규모, 인력, 재원을 지역 공동체에 규모에 합당하게 준비해 지역 주민들의 소통미디어, 지역 권력에 대한 감시미디어, 지역민들의 참여 미디어로 기능하는데 적합한 미디어의 특성을 지닌다. 소지역 주민들은 매 지자체 선거 때마다 기초단체 의회 의원 후보자들의 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후보자의 이름이나 주요 경력도 모른 채 깜깜이 선거를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유료방송에서 지역채널 역할을 수행하지만 이는 유료방송 미디어이고 이들 유료방송 마저 점차 광대역 미디어로 편재됨에 따라 소지역의 소통을 책임지는 미디어로 지방자치를 지원하는 기능을 전담하는 데는 한계를 지닌다.
 셋째,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의 재난방송 미디어이다. 홍수, 가뭄, 지진, 돌풍 등 지역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공동체 라디오는 이러한 재난을 공동체에 밀착하여 심층적으로 보도할 수 있다. 2017년 포항 지진의 경우 그 지역 정규출력 방송들은 중앙에 편성된 방송을 전하고 광역의 관심사를 다루어야 하는 이유로 인하여 포항의 지진 보도와 정보제공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할수 없는 구조적 조건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공동체 라디오가 있었다면 주민대피, 안전대책, 구호 프로그램의 운영, 여진의 위험 등 밀착형 재난방송을 충분히 수행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공동체 라디오인 '소출력 FM'은 지방정부와 공조하에 재난 발생 시 핫라인으로 재난방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지진, 해일, 태풍 등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일본 한신대 지진 때 공동체 라디오가 건물 잔해에 덮여 있던 노인에게 며칠간 지속적으로 희망을 불어넣는 방송을 진행하여 그의 생명을 구한 사례는 공동체 라디오가 재난미디어의 적합한 미디어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 사건 이후 일본은 공동체 라디오 필요성을 공감하고 한 해에 37개의 신규 방송국을 허가하기도 하였다. 
 넷째, 공동체 라디오는 마을 공동체 복원에 적합한 공공 미디어이다.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불리는 변화의 시대를 맞아 많은 지자체에서 사람다움, 인간적 연대, 참여를 실현하는 마을  공동체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서 마을공동체의 의미는 동일한 이익을 지향하는 이익공동체와는 매우 다르다. 마을 공동체는 구성원들이 공생과 화합의 준거로써 공공성(publicness)을 따르는 조직을 전제하고 있다. 이때 공공성은 개방, 공유, 공익, 정의의 원리로 구성된다. 특히 공동체는 이 공공성의 원리가 구성원들 스스로에 의해 민주적 절차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 공동체의 구현이 바로 공동체 라디오가 설립, 운영되는 목적인 것이다. 
 이처럼 지역공동체 발전을 추구하는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민 스스로 무엇이 옳은가에 대해 말하게 하고 듣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책무이다. 지역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에 대해 아젠다를 만들어 내고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미디어 활동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어 갈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를 위한, 의한 공동체 라디오
 공동체 라디오는 시민이 주인인 전파를 시민들이 주인답게 운영하는 시민참여, 지방자치 발전, 공동체 복원과 지속화를 위한 공적 책무를 갖는 시민미디어이다. 동시에 시민이 직접 재원을 확보하고 민주적인 방송사 운영과 참여적인 프로그램 제작을 실현해야 하는 부담이 함께하는 미디어이기도 하다. 전파를 이용하는 방송이 갖는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시민들이 지속적인 정규편성 책임을 실현해야 하는 미디어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적 책임보다는 자유롭거나 자기의 이익을 위해 각각 자기 의견을 말하는 인터넷 공간의 마을 미디어와는 다르다. 인터넷 유튜브 안에서의 개인 또는 시민 미디어는 한시적으로 제작과 편성이 이루어지며 공적 책임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공동체는 옳다고 주장하는 서로 다른 견해가 충돌했을 때, 이를 서로 존중하고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모둠이며 그 바탕에는 언제나 공공성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구성원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여타의 공동체라는 이름을 붙인 이익집단과는 엄격히 차별화된다. 이점이 바로 4차산업 혁명시대, 익산 지역을 포함한 지역에서 지역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과 지역 공동체의 복원을 위한 공동체 라디오 설립, 운영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이다.

이만제 교수(행정언론학부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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