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매점에는 따끈따끈한 호빵이, 캠퍼스에는 색색깔로 유니폼을 맞춰 입은 다음해 총학생회 후보자들이 등장한다. 다른 대학에서는 입후보자가 한명 뿐이라 찬성․반대 투표가 이뤄지기도 하고 입후보자가 없어 총학선거가 그 다음해 1학기로 미뤄지기도 한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대학의 선거 분위기는 해가 거듭 될수록 열기가 뜨거워지는 것 같다. 현수막이나 팜플렛은 점점 더 본격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선거 캠프별 컬러나 구호도 개성 있어 유권자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 익살스러운 이벤트도 종종 벌어지고 한 명의 학우에게라도 더 어필하려는 후보자들이 각 강의실을 찾아다닌다.

 이렇게 프로페셔널해지는 것이 홍보 수단과 방법 뿐 이라면 우리는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난해 이맘때쯤 늦은 밤 귀가하는 기자를 붙잡고 "학우님 저희를 뽑아주시면 모든 단과대학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 하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던 봉사자가 생각난다. 그 봉사자는 꽤 먼 거리를 함께 걸으며 계속해서 비데 설치가 환상적인 공약임을 강조했다. 순간 웃으라고 하는 말인지 헛갈렸지만 속으로 절대 이 후보를 뽑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밖에도 많은 후보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기정사실화하거나 과장해서 이야기 했으며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질 수 있는 후보가 과연 몇 명이나 있었을까?
 2009학년도 총학생회 선거의 핫 이슈는 누가 뭐래도 등록금 예고제 폐지에 따른 등록금 정책과 2009학년도 등록금 인상률 협상이 될 것이다.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가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대책으로 1만8천 학우들을 대표할 수 있을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또 왜 후보자들은 겨우 선거 2~3주일 전에 나타나 그동안 연습했던 퍼포먼스와 공약 연설에만 치중하는 것인가? 학생 대표자가 되겠다는 각오를 가진 사람이라면 학기 중에도 자원봉사에 앞장서거나 학내 주요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본인의 의견을 피력해 왔어야 한다.

 불쑥 나타난 새로운 얼굴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믿고 한 표를 행사하는 소모적인 선거 행태가 안타깝다.
 올해는 '나는 우리대학을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하겠습니다'라는 공약 뿐만 아니라 '나는 그동안 우리대학을 위해 무엇을 해왔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책임감이 강한 후보자가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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