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인천지법 형사12부는 강도 상해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기소된 20대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1시 25분께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 몰래 들어가 금품을 훔치다가 잠에서 깬 80대 B 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면서도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는 점 등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이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받아 12년 복역 후 2020년 출소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고,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주취 감형 폐지' 청원이 게시돼 참여자가 한 달 사이 20만 명을 넘겼다.
 또한, 지난 3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음주 폭행 사건으로 주취감면 폐지 논란이 재점화 된 바 있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동법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제1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책임주의'에 입각해 음주 상태로 심신 미약·상실 상태가 돼 자신의 행위가 범죄가 되리라는 것을 인지할 수 없었다면 감형 요건이 된다는 것이다. 책임주의란 '책임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법상 기본원칙을 말한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이를 악용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며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본인의 형을 감면받아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편 음주운전의 경우, '도로교통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며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다치는 교통사고를 초래한 경우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부상 사고인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사망사고인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 이처럼 주취 상태의 심신미약을 인정해 감형된 사례는 각종 성폭력범죄뿐 아니라 묻지마 범죄에서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주취 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이미 오래다.
 '심신미약'이란, 형법 제10조의 심신장애의 범주 안에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이 포함된다. 제10조의 1항이 심신상실인데, 외부 환경 자체를 전혀 인식할 수 없고 의사 결정을 합리적으로 할 수도 없는 상태를 말한다. 4년 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당시 피의자가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울증을 핑계로 감형을 해주면 안 된다는 국민 청원에 100만 명 이상 동의할 정도로 여론이 들끓었다. 이후 형법 제10조 2항이 개정됐다. 그전까지는 법 조항이 '형을 감경한다'라는 문구로 돼 있어서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무조건 형을 깎아줘야 했는데, '감경할 수 있다'라는 문구로 바뀌면서 이제는 판사의 판단에 따라 감형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2018 《한국심리학회지 : 법》 제 9권에 실린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책임능력 판단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 사이에 1심에서 피고인 측이 심신장애를 주장한 사례는 1천597건, 법원은 이중 305건을 인정했다. 범행 후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5명 중 1명 꼴로 심신미약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배성민 기자 aqswdefr3331@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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