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현 의과대학 석좌교수는 1977년 전북대 의대를 입학했다. 그 이후 미국 국립보건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귀국해 모교에서 교수로 30년 이상 연구와 교육 활동을 이어갔다. 세포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산화/환원 효소들의 작용에 없어서는 안되는 분자인 'NAD', 'ARC'등 조효소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치료 수단이 없는 자가면역질환들에 대한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에 대한 임상실험을 준비하는 김우현 의과대학 석좌교수를 만나, 그가 이룬 성과와 우리대학의 미래를 원광구성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 편집자

 

 의과대학 석좌교수이시고 우리대학 법인이사를 역임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난해 4월부터 의과대학 생화학교실에서 석좌교수로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직전 이사장님이신 명산 허광영 이사장님과 함께 이사직을 수행하다가 석좌교수 임명으로 사임하게 됐습니다. 저의 이력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원불교 교무님을 아버님으로 둔 원친회원이고, 유소년기를 바로 우리대학 옆 원불교 중앙총부 안에 위치한 집에서 보냈습니다. 중고등학교를 익산에서 마치고 전북대 의대에 입학해 1977년에 의사면허를 취득했습니다. 졸업 후에 임상 수련 대신 기초의학에 뜻을 세우고 생화학 전공으로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의 국립보건연구소에서 방문 연구원으로서 연구했습니다. 귀국해 모교에서 조교수로 임명돼 30년 이상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해왔습니다. 전북대에서 2018년에 정년을 했지만 한국연구재단의 창의연구 과제 때문에 3년 더 연구를 수행하다가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부친이신 아산 김인용 원정사님께서 우리대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신 걸로 압니다. 우리대학을 종합대학으로 성장시키고,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설립해 제생의세(濟生醫世)의 기틀을 다져 문교부 장관으로부터 '국민교육헌장이념구현공로'상까지 받으셨다고 들었는데요. 또 그분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는 7주기 추모식이 우리대학에서 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산님은 어떤 분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성장한 후에까지 장남으로서, 가까이에서 뵌 사람의 하나로서 아산 아버님은 철저한 공심을 가지신 분이었고 오로지 맡은 일에 집중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청년 시절에 원불교 교단의 사업체에 근무하셨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대학이 설립된 초창기부터 근검절약을 바탕으로 2년제 초급대학으로부터 최종적으로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설립에 이르기까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데 능력을 발휘하셨습니다.
 우리대학에 의과대학을 설립하려면 조건이 있었는데, 바로 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보건사회부 장관을 역임하신 정희섭 이사장께서 본인 소유의 익산 시그레이브병원을 우리대학에 무료로 제공해 주셔서 의과대학을 설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기연이라 생각되는 게 그분은 크리스천으로 기독교장로이시고 우리 원광학원은 원불교 재단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병원을 선뜻 내주셨죠. 이뿐만 아니라 학내외적으로 수많은 장애 요소들을 하나씩 해결하셨습니다. 추가로 여기서는 밝힐 수 없지만 이러한 추진 과정과 연관돼 복잡한 인간관계들에 대한 말씀을 기억합니다. 아산님은 오직 학교의 발전을 위한 정신으로 매진하셨습니다.
 학교에서는 열반일인 6월 21일에 매년 추모식을 진행해 아산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올해 7주기 추모식은 추산 성시종 이사장님, 박맹수 총장님을 비롯한 대학 보직자들이 대거 참석해 아산님을 추모하고, 그분의 애교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랫동안 기초과학 분야에 큰 업적을 이루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연구 성과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분야, 최근 연구 현장에서 느끼는 소회 등을 알고 싶습니다.
 저는 세포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산화/환원 효소들의 작용에 없어서는 안 되는 분자인 'NAD'라는 조효소를 가수분해시키는 효소 (NADase)를 연구해 왔습니다. 맨 처음 이 효소를 접했을 때 '왜 이 효소가 세포에 필수적인 NAD를 분해시키는지?'의 이유를 알고자 했습니다. 효소 연구에서 가장 근본적인 연구의 접근 방법은 정제해 그 구조를 밝히는 것인데 제가 연구를 시작한 1970년대 후반의 우리나라 연구 환경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좌우간 이 효소에 매달려 다방면의 연구를 시도해서 결국 정제와 분자 클로닝을 통해 이 효소의 일차 구조를 밝힐 수 있었는데, 저에게는 운이 따라주지 않아 이 효소가 포유류에는 없는 효소로 밝혀져 더 이상 연구를 진행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 효소와 같은 계열의 또 다른 효소 (약어로서 ARC라고 부름)가 NAD로부터 칼슘 신호 전달체를 생산한다는 것이 1990년경에 밝혀져 저도 모든 연구의 방향을 이 효소와 연결을 해 칼슘 신호 분야로 돌려서 집중했습니다. 이후로 당뇨병 등 인체 질병과 관련한 칼슘 신호 연구에 초점을 맞춰 각종 세포에서의 다양한 생리적, 병리적 과정에서 칼슘 신호 전달 기전을 밝혔고 이를 조절할 수 있음으로써 인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왔습니다. 
 실제로 제 연구 그룹은 신장-특이적 효소 (kARC라고 명명했음)를 세계 최초로 정제해 그 구조를 밝혔고 이 효소의 억제제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 화합물을 동물 모델에서 적용했을 때 당뇨병성 신부전증의 진행을 차단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와 같은 기초 연구는 지금까지 고칠 수 없는 인체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게 하는 근본적인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멀리 돌아가는 것 같지만 실패하지 않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공학, 임상의학 등, 응용과학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순수 기초과학은 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습니다. 기초과학은 연구를 시작한 후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려면 수십 년이 걸리고 그 과정 또한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한 가지 연구에만 몰두하는 학자가 많지 않고 또 대학원생과 같은 지원 연구 인력도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경제적 서열로서의 커진 국력에 걸맞게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기초과학에 지원하는 연구자들에게 특별한 지원을 해야 할 것이고, 그 지원에 비례해 획기적인 결과들이 나올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우리대학도 자구 노력을 기울여서 선도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지역위기,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우리대학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인구 감소에 의한 신입생 모집 문제는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 지방대학이 같은 입장에 처해 있습니다. 이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 본부는 물론 해당 학과 교수들을 포함한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학교는 원하든 또는 원하지 않든 신입생 정원 조정 또는 학과 통폐합 등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고, 특히 대학원의 경우에서는 연구조원으로서 석, 박사 과정 학생이 절대적으로 고갈된 현시점에서 우수한 외국인 학생 유치가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취업률이 높은 학과가 신입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학과이므로 우리 대학만의 차별점을 갖는 신입생을 유도할 수 있는 학과를 신설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기술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예를 들면, 학과의 경계를 뛰어넘는 융복합 전공 학과 같은 것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최종 비전은 무엇입니까? 
 앞으로 재직 기간 동안 저의 계획은 현재까지 진행해온 일 중에 앞서 이야기한 만성 신장병 치료제 개발과 함께 현재 특별한 치료 수단이 없는 자가면역질환들에 대한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에 대한 임상실험을 위한 기초와 전임상실험을 하고자 합니다. 이 부분에는 막대한 연구자금이 필요해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바이오 투자회사와의 협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교수들의 연구에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돕고 싶고 가능하다면 공동연구도 할 것입니다. 또한, 그동안의 경험들과 실제로 우리대학에서 현재 접하고 있는 사안들을 토대로 교수들의 연구에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대학 본부에 건의해 실행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대학이 처한 전반적인 대외환경은 썩 좋지 않지만 이러한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가리라 믿습니다.

 학생들을 포함한 원광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학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전문성을 갖고 맡은 바 일을 성실하게 해내는 것이 필요하고 또한 구성원 간의 화합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고 갈등이 생기는 경우엔 조금씩 물러설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시간 관리를 잘해 전공지식 습득은 물론, 폭넓은 교양과 취미를 잘 살려 학창 시절에 인생의 기초를 잘 닦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희망과 꿈을 갖고, 조급해하지 않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나가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믿음을 갖기를 바랍니다. 학교도 브랜드로서 상품이고, 브랜드 가치를 올려야 우리 구성원들의 가치도 올라갑니다. 요즈음 여러 가지 척도로 대학 평가를 하는데 그중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객관적인 지표는 교수 연구력입니다. 따라서 우리 대학이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연구력 높은 교수가 많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학교는 연구력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고 훌륭한 교수를 영입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조혜연 기자 yeonsop321@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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