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국/일본 월드컵 당시 익산시 거리응원 모습
2002년 한국/일본 월드컵 당시 익산시 거리응원 모습

 지난달 20일,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됐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조별리그 경기 일정에 맞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이 펼쳐졌다. 
 거리응원 당일 서울시는 종합상황실을 현장에 설치해 서울시와 자치구, 산하기관 등의 인력 276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행사현장 순찰과 비상 상황 대응, 시설물 안전관리, 교통·안전·구급 사항 대응 및 안내, 인근 역사 안전관리, 행사 전·후 환경정비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또 야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만큼 경찰, 소방당국과 협조해 현장 인파 상황관리와 교통 통제, 응급 구조 지원체계 및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붉은악마(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1995년 12월에 축구팬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응원단체) 측에서도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투입했던 안전요원(90명)의 3배가 넘는 300명을 응원현장과 주변에 투입했다. 이번 월드컵은 특히 안전 문제에 대해 대규모 거리응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정부를 비롯해 여러 관련 기관에서도 대규모 응원보다는 소규모 응원을 장려하고 있다. 응원 문화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새롭게 변화되는 응원 문화
 이태원 참사, 코로나19를 계기로 군중 밀집 행사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응원 문화도 달라지는 양상이다. 대규모 거리응원보다 소규모 응원 모임들이 주가 될 예정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예년과 달리 단체 거리응원 계획을 세우지 않거나 취소하고, 호텔·요식업계도 소규모 응원 모임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았다. 또한, 대전시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비롯해 월드컵 경기 때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대전 붉은악마들과 함께 진행해오던 단체 응원전을 이번에는 열지 않기로 했다.
 호텔 등 관광업계는 가족·친구·연인 등 소규모 모임을 겨냥한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머큐어 앰배서더 울산은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2일까지 '위 투게더(WE TOGETHER), 우리 같이 함께 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패키지를 선보였다. 가족이나 친구 등 4명이 투숙할 수 있는 룸에 수제 맥주와 피자를 제공하고, 심야나 새벽에 경기가 열리는 특성을 고려해 퇴실 시간도 늦춰준다. 서울의 프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 호텔도 늦은 체크아웃이 가능한 객실과 피자·감자튀김·캔맥주·막대풍선 등으로 구성된 '샤우트 앤 치어'(SHOUT AND CHEER) 패키지를 내놓았다.

응원 뒤에 남겨진 것
 지난 2010년 6월 13일 새벽, 울산시 남구 신정동 학성고등학교 앞 도로에서 월드컵 거리응원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 중이던 A군(16)이 쏘나타 승용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23일 오전 6시 30분께에는 서울 한강공원 '너른들판'에서 거리응원을 펼친 대학생이 16강 진출의 기쁨을 감추지 못해 한강으로 뛰어들었다가 한 명이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이렇듯 과도한 뒤풀이로 인한 안전사고는 응원 과열의 문제점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안전불감증이다. 물론 기분이 좋은 것은 이해하지만 강남에서는 응원단들이 달리던 버스를 에워싼 채 가로막고 버스 지붕위에 올라가 발을 굴러대며 대한민국을 외쳤다고 한다. 또 지나가는 승용차를 가로막고 양쪽에서 흔들어대며 응원가를 부르는 장면은 TV에 몇 차례나 나왔다. 트럭 짐칸에 수십 명이 탄 채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이 월드컵 전에 예선전을 치르는 동안에도 서로 뛰다가 골절상을 입거나 폭죽 때문에 화상을 입은 경우가 수십 건이 넘었다.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끊이지 않는 문제는 바로 '쓰레기'다. 2000년대 거리응원에서는 본인이 깔고 앉았던 신문지나 깡통, 과자봉지 같은 쓰레기를 스스로 가져가 전세계 언론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거리응원에서 그런 시민정신은 사라져간다. 열띤 응원과 승리의 기쁨 뒤엔 아주 많은 쓰레기들이 남는다. 본인의 쓰레기를 본인이 처리하지 않으면 그것들은 곧 환경미화원 분들의 몫이 된다.

올바른 응원문화
 월드컵 거리응원은 예년대로라면 '4년 주기'로 열리는 평범한 행사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전 이태원 참사를 겪은 만큼 우리는 안전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작아 보이지만 안전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전할 때 안전벨트를 매고,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와야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처럼 작은 규칙부터 잘 지키는 것이 안전불감증 예방의 첫걸음이다. '설마 괜찮겠지' 하는 순간 사고는 일어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경기관람을 마친 후 각자 가져온 쓰레기를 되가져 가는 성숙된 시민문화를 정착해야 한다. 본인의 쓰레기를 되가져 나와 쓰레기 분리배출 등에 적극 참여하는 등 높은 시민의식을 보이는 것은 청결한 월드컵 경기 관람의 기본이다. 
 스포츠는 시대의식을 담아낼 수 있으며 이 아픔과 슬픔을 극복해낼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태극전사들이 몇 게임을 더 치를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기뻐도 지나친 응원 과열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우리 붉은악마들이 차분하고 질서 있게 응원해 이번 월드컵이 즐겁고 안전한 월드컵이 됐으면 좋겠다.

배성민 기자 aqswdefr3331@wku.ac.kr
이은교 수습기자 dldmsry11002@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