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 일제강점기, 해방, 분단, 전쟁을 겪어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GDP 세계 10위가 되기까지 정말 많은 피와 땀이 필요했다. 하지만 선진국 도달을 수치상으로 보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았다고 한다. 1인당 GDP와 임금은 곧 일본을 추월하는 추세라고 한다. 또, K-POP은 세계가 즐기는 자랑스러운 문화가 됐으며, 현재 우리는 그렇게 '선진국'이 돼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는 명백한 선진국일까? 세월호 참사를 겪은 지 채 10년이 되지 않아 이태원 참사를 겪었다. 1조 넘게 쏟아부어 만든 '선진적' 재난 시스템은 지난 이태원 참사 당시인 10월 29일 작동을 멈췄다. 옳은 사회, 경제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더라도 누군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참사를 통해 증명됐다. 누군가 책임을 지지 않는 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병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만이 문제가 아니다. 내 권리만 챙기는 각자도생, 국가와 정치에 대한 불신, 믿음직하지 않은 정부, 세대 간 성별 간 혐오 등 모든 현상이 지금까지 사회가 불안하게 지속된 이유를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경제 성장과 선진국 진입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는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목표에 마침내 도달했다. 하지만 그 이후 '성장제일주의'라는 낡은 프레임을 벗어나 우리나라를 새롭게 성장시킬 뾰족한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지난달 25일 '서대문구 모녀 사망 사건'이 있었다. 관할 구청에 따르면 기초 생활 수급자는 아니지만,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주민등록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복지서비스를 지원받지 못했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입장이다. 3개월 만에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문제가 반복된 것이다. 지난 4월 '창신동 모자'는 공과금을 체납했지만, 집이 있다는 이유로 복지제도 대상에 들지 못했으며, 2019년 북한 이민 한 모 씨와 6살 아들이 아사한 채 발견된 '관악구 모자 사건'은 재개발 임대아파트에 거주해 정보 수합 대상에서 빠졌다.
 행정안전부는 밀집 재난에 대비해 대중교통 데이터 수집·분석을 통한 군중 밀집 지역의 위험 수준을 점검하고, 위험 전에 밀집 인파 상황에 대한 재난 문자를 알리기 위한 '현장 인파 관리시스템'을 내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복지 시각지대 발굴을 위해 동해시, 창원시, 용인시, 서산시 등의 지역들이 찾아가는 복지 상담, 민관 협력 체계 활용, 이웃 돌봄 교육을 추진 중이다.   
 이태원 참사와 위 사망 사건들은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미리 예방할 수 있었다는 사실'과 '정부의 늦은 대응'이다. 수많은 경고와 신호들이 있었음에도 막지 못한 이태원 참사, 발견 못한 복지 사각지대는 앞으로 우리에게 아픈 과거로 남을 사건들이다. 
 우리는 이제 모두 무대에 함께 설 수 없게 됐으며, 따듯한 조명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써가며 뛰어다녀야 하는 꼴이 됐다. 까다로운 복지 조건은 힘든 삶을 더욱 고되게 만들고 있으며, 이태원에서 보호받지 못 한 사람들을 아직 우리의 곁에서 떠나보내기가 힘들다.
   선진국은 다른 나라보다 정치·경제·문화 따위의 발전이 앞선 나라를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명백한 선진국인가?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2022년, 현재의 대한민국은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이제는 대한민국이 걸어왔던 길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나라의 발전은 오직 물질적 풍요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사회를 이끌어갈 민주적·문화적 의식의 성장 없이는 국민의 삶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김하늘 기자 sponge5021@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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