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인기드라마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박연진(임지연 분)과 그 무리로부터 당한 학교폭력으로 온몸에 화상 흉터가 남아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 분)이 자퇴를 하며 개인적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주인공(문동은)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잔혹한 현실을 담아 폭력의 가해자를 향한 복수 그 자체가 개인의 꿈이 돼버린 아이러니를 나타냈다.
 문동은 캐릭터는 주변에 그를 보호해 주는 어른은 커녕 제도 밖에 놓인 철저한 약자인 반면, 가해자이자 강자로 묘사된 박연진 캐릭터는 막강한 지위와 재력으로 보호받는 인물로 어른이 돼서도 화려한 삶을 누린다. 등장인물 간의 이런 차이가 문동은의 복수에 통쾌함을 불어넣는 결정적인 소재로 쓰인다.

드라마, 학교 폭력 재조명
 극 중 가해자들이 문동은의 몸에 고데기로 상처를 내는 장면이 드라마 속 장치가 아닌 2006년 청주 고데기 사건의 실제 피해라는 사실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이 충격은 학교폭력 문제가 현재진행형이며, 학교와 학생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라는 공감대로 이어져 그간 우리 사회 고질적 병폐로 지적됐던 학교폭력이 재조명되며 사회적 관심을 고무시켰다. 드라마가 사회적 경각심을 일으켜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낸 선순환의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시작된 물결은 점차 번져 많은 배우와 가수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학창 시절 폭력을 사과했고 일반인들 역시 학교폭력 경험담 폭로와 함께 진상 규명과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최근 학교폭력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상응하는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학생부에 오른 학교폭력 이력이 장기간 남을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분위기였다. 특히 피해자의 경우 학교폭력의 상처를 평생 가지고 가는 점을 고려하면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학교폭력 기록을 남기더라도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현재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은 졸업 이후나 졸업과 동시에 삭제가 가능하다. 1~9호까지 있는 조처 중, 4(사회봉사)·5(특별교육·심리치료)·6(출석정지)·8호(전학) 조처는 학생부에 기록되지만 졸업 후 2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된다. 소속 학교 전담 기구의 심의를 거치면 졸업과 함께 기록을 없앨 수 있다. 9호에 해당하는 퇴학 처분만 삭제할 수 없다. 1~3호에 해당하는 경미한 조처는   1회에 한해 학생부 기재가 유보된다. 이는 잘못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어린 나이인 점을 감안해 학폭이 '낙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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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학교폭력의 실태
 "아무 생각 없이 때리는 건 짐승이나 하는 짓이다. 생각 없이 한 행동이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울산가정법원 소년재판부 이현정 판사는 지난 2021년 7월 양산에서 여중생 4명이 동급생 1명을 집단폭행하고 영상을 촬영해 유포한 사건으로 기소된 가해 학생들의 선고 공판에서 이례적으로 호통을 쳤다. 가해 학생들은 당시 몽골 국적의 또래 여중생을 속옷 차림으로 팔다리를 묶고 6시간 동안 집단폭행을 했다. 심지어 담배꽁초까지 억지로 먹이고 폭행 장면까지 동영상으로 남겼다. 재판부는 이날 가해 학생 4명 모두에게 최대 6개월 가둘 수 있는 소년원 단기 송치 처분을 내렸다.
 또한, 진주에서는 지난 19일 한 여중생이 시내 한 모텔에서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진주경찰서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래 여중생 6명이 A양을 폭행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영상통화로 그 모습을 보여주는 등 피해를 당하자 가족이 고소했다. 피해 학생은 친구 6명으로부터 오후 2시 50분부터 4시간여 동안 집단폭행을 당했다. 발을 걸었는데 피해 여중생이 넘어지지 않아 그냥 화가 난다는 이유였다. 경찰은 금명간 가해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중립과 공정, 해결책은
 2년 전에도 이와 유사한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20년 1월 19일 김해 한 아파트에서 김해의 한 중·고교 남녀 무리가 1학년 여학생에게 물과 소주를 머리에 붓거나 수차례 폭행해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의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또 지난 2021년 1월에는 하동의 한 서당 기숙사에서 체액을 먹이거나 항문에 이물질을 넣는 등 또래 학생들의 '엽기적인 고문'이 발생해 사회적인 공분을 샀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사건들을 보면 여학생이 여학생을 괴롭히는 등 범죄가 저연령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촬영이나 유포 등 심각한 행위가 동반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의 실효성 있는 대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나 교원단체에서는 경남교육청, 경찰, 지자체 등 관련 기관에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경상남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최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강력한 대책 마련과 조속한 촉법소년 기준 연령 하향 추진을 요구했다. 또 양산 사건과 관련 집단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신상 공개 요청 등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20만 명 이상 동의를 받기도 했다. 
 학교폭력으로 상처 입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할 것은 피해 학생을 제대로 보호하고 치유하는 일일 것이다. 학교폭력위원회가 중립과 공정함을 외치는 사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돌이켜 봐야 할 때다.

배성민 기자 aqswdefr3331@wku.ac.kr
현서진 수습기자 jinnix23@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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