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부터 블랙핑크까지 세계 음악 시장에 우리나라 가수들의 활약이 돋보이면서 K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들은 힘이 들 때 음악으로 소통하며 삶의 동기부여를 받기도 한다. K팝 스타들이 연습생 시절을 거쳐 대중 앞에 서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간혹 빠르게 데뷔를 하는 아이돌도 있으나 대부분의 K팝 스타들은 10대 중반 또는 더 어린 나이에 기획사에 들어가 엄격한 통제 속에 생활하며 독한 훈련을 받는다. 이러한 통제 아래 아이돌이라는 신화가 탄생하기도 하지만, 그 시스템 속엔 어두운 이면도 존재한다. 최근 한 아이돌 가수가 하늘의 별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시점으로 외신 기자들 또한 K팝의 어두운 이면에 많이 주목하고 있다.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

아이돌=우물 안 개구리?
 현재 K팝 아이돌 시스템이 전 세계를 호령하는 문화가 됐지만, 아이돌을 양성하는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오래된 주제다. 
 BTS의 경우, 소속사 하이브의 상장과 회사 규모 확장과 함께 미국 진출이 맞물리면서 최고의 성과를 내야 했던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진출 이후 RM(BTS의 멤버)은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며, "과도한 스케줄과 남이 써준 가사를 부르는 시스템이 독약이다"고 말했다. 한국어 가사로 서사적 음악을 전개해 온 BTS가 미국에 진출할 때에는 펜을 놓고, 영국인 작사·작곡가가 만들어준 영어 디지털 싱글 'Dynamite'를 불렀기 때문이다. 이 곡은 빌보드 싱글차트 1위로 큰 화제가 됐지만, 이후 'Butter' 등 비슷한 댄스곡을 차례로 내면서 방탄소년단의 기존 컨셉과 맞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그렇게 멤버들은 그들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한다. RM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되게 중요한 사람이고 제가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며, "아이돌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 것 같고, 계속 뭔가를 해야 하니까 인간으로서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활동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RM의 이 같은 발언은 기존의 주요 기획사들이 구축한 현재의 K팝 시스템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들은 언젠가부터 랩을 번안하는 기계가 되고, 노래하는 기계가 되고, 춤추는 기계가 됐다. 그런 고민들을 떨쳐내고 혼자 가만히 두고 생각이 필요할 때도 있었지만, 현실은 그들을 놔두지를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쌓여가는 고민들 속에 눌려갔다. 

과도한 경쟁에 숨 막히는 아이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과열 경쟁이 가득한 '초경쟁 사회'다. 그리고 아이돌 산업 속에서도 예외는 없다. 심지어 더 심하다고 볼 수도 있다. 초경쟁 사회에 걸맞게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포화상태'다. 2016년 Mnet '프로듀스101' 시즌1을 시작으로, 최근 종영한 '보이즈 플래닛'까지 다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괴물 그룹을 만들어내면서, 많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아이돌 결성'을 위한 오디션 및 서바이벌 제작에 나서고 있다. 화제성과 인기만 담보된다면, 해당 프로그램이 만든 아이돌 그룹은 기존 오디션 스타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지금 '아이돌들은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프로듀스101'에서는 101명의 연습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1위부터 101위까지 순위가 매겨진다. 그리고 최종 데뷔를 하게 되는 인원은 단 11명뿐이다. 이 모든 일이 아무렇지 않고 심지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생존을 인질로 잡고 흔드는 게임이 주는 피로가 때로는 너무 크다. 다양한 포맷의 서바이벌 오디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 마지막엔 승패만 남고 즐겨야 할 춤과 노래는 괄호 속에 묶인다. 여유롭게 즐겨야 할 콘텐츠 영역에서도 경쟁과 생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은 아쉽게만 느껴진다. 어떻게 살 것이냐가 아니라 오로지 살아남는 것 자체가 문제인 시대는 여전히 불행하다.
 이렇게 경쟁하고 생존해 데뷔라는 빛을 본다. 하지만 그럼 끝일까?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된다. 다른 아이돌 그룹과의 경쟁, 게다가 그룹 내부에서도 서로 튀기 위해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쟁의 연속은 아이돌을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노래와 무대, 모든 것이 수치로 매겨지며 평가받는 사회 속에서 그들이 숨 쉴 구멍은 점점 좁아진다.

아이돌 문제의 해결책은?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국내 엔터 업계도 조금씩 변화를 거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대중문화예술인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기획사와 연계해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고, 기획사 자체적으로 심리 상담사를 고용하거나, 커리큘럼에 심리 케어 시스템을 포함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심리상담 건수가 첫해에는 40회에 그쳤지만 10년 사이 약 20배에 가깝게 증가한 건 연예인도, 기획사도 심리상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한국 최대 검색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2020년 연예 뉴스의 댓글을 닫기도 했다. 잠재적인 유해성을 인정한 것이다.
 아이돌 가수들은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을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기획사 차원에선 문제를 인지하고 돕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정부의 꾸준하고 정기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돌을 바라보는 엄격한 잣대와 사생활 침해, 비난의 수위, 과도한 경쟁 강요 등 아이돌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은교 기자 dldmsry11002@wku.ac.kr
이한솔 수습기자 ppoppio1234@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