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면 어떻게 추억할 수 있을까…'는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본 적 있는 생각일 것이다. 오래전 같이 찍은 사진을 보거나 추억이 있는 여행지를 간 날은 더욱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음에도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이 영화는 캠코더에 기록된 영상을 소재로 부녀간의 사랑을 풀어내 영화가 끝나고도 관객을 끌어들여 깊은 감정적 여운으로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영화다. 게다가, 평범해 보이는 부녀의 7일간의 짧은 여행을 통해 끝없이 회상하는 소피의 기억을 더듬으며 아빠를 이해하려 시도하지만 끝내 완전히 풀리지 않는 몇 가지 수수께끼를 남기며 관객들에게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확실하게 전달한다. 이번 호 <원대신문>에서는 지난해 개봉한 샬롯 웰스 감독의 데뷔작인  <애프터썬> 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된 소피는 어느 날 아빠 칼럼에 관한 꿈을 꾸고 20여 년 전, 아빠와 함께 갔던 튀르키예 여행을 회상한다. 둘만의 기억이 담긴 오래된 캠코더를 꺼내자 그해 여름이 물결처럼 출렁이기 시작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이제 아빠와 같은 나이가 된 소피는 캠코더 속의 기억을 꺼낸다. 당시 촬영한 캠코더의 영상들을 보면서 소피는 11살의 어린 자신의 모습과 30대의 아버지를 보며 어릴 때 미처 눈치 채지 못했던 아빠의 어두운 면을 찾아낸다. 아빠가 끝내 딸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어두운 그늘을 한 아이의 부모가 된 지금에서야 이해하게 된 것으로 비춰진다. 
 아빠와 소피는 여름방학을 맞아 떠난 이 튀르키예 여행에서 적당히 놀고, 먹고, 가끔씩 싸운다. 방학 숙제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들뜬 마음을 누를 수는 없었다. 엄마와의 이혼으로 오랜만에 만난 아빠와의 여행은 즐거웠고 떨어져 지내는 동안 몰랐던 아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카메라는 칼럼의 뒷모습을 비추거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비춰 미묘하게 흔들린 감정을 다룬다. 소피와 함께 있을 때는 행복해 보이다가 홀로 있을 때는 지독하게 무표정해 누구보다 슬프고 쓸쓸한 얼굴이 된다. 칼럼이 소피의 엄마와 헤어진 것은 아마 동성의 연인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딸과 함께 좋은 호텔에서 묵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여건 상 그럴 수 없어 공사 소음이 들리는 구석방에 묵게 된 것을 호텔 측 실수로 돌리지만 소피가 이를 모를 리는 없다. 초라한 모습을 보여야만 하는 장면을 비롯해 시시각각 찾아오는 곤란한 상황에 멈칫거리거나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안타깝다. 
 칼럼은 '각자의 스토리가 담겨있다'는 카펫을 멍하니 응시하거나 불안을 떨쳐낼 수 없어 울부짖는 모습도 보인다. 아빠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딸과 딸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은 여행은 많은 여운을 남긴다. 특별한 설명도, 긴 대화도,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도 딱히 없어서 불친절한 영화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덧붙임을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에 점수를 준다. 
 영화는 오래된 캠코더로 찍어뒀던 비디오의 몇 조각일 수도, 30대의 소피가 꾼 아득한 꿈일 수도 있다. 캠코더 장면을 제외하면 전부 불확실한 기억들 뿐이기 때문이다. 기억이란 떠밀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통로지만 결코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보이는 풍경이 잡힐 듯 잡히지 않고 희미하게 맴돌 때가 있다. 허물어지듯 미화되고, 망각되는 시간 사이에서 잔존하는 기억의 형체를 더듬고 되짚을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다행스럽고도 서글픈 일일 것이다. 세월을 머금은 기억이란 대체로 반짝이고 그리워진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빛나는 추억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현서진 수습기자 jinnix23@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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