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자허블(자몽허니블랙티) 5300원', "회사 가서 물 마시세요". '퍼스널 컬러 진단 4만원', "색종이 얼굴 옆에 대보세요". 최근 '거지방'이라는 이름의 소셜네트워크(SNS)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유행하고 있다. 소비 절약을 목표로 모인 이들은 누군가 지출 계획을 공유하면, 다양한 이유를 들어 반대하거나 대안을 제시해준다. 참여자들은 이달의 목표 지출금액 등을 넣어 닉네임을 설정한 뒤 활동을 시작한다. 이러한 유행과 함께 3000원대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급증하는 짠테크(돈에 있어 인색한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인 '짜다'와 금융 거래에 의한 이득을 꾀하는 일인 '재테크(財tech)'의 합성어) 열풍이 불고 있다. 
 GS25에 따르면 3000원대인 '김혜자 도시락' 출시일인 지난 2월 15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도시락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고 한다. 출시 50일 만에 판매 개수는 300만 개를 웃돌고 있으며, 매출이 가장 크게 오른 곳은 직장인이 밀집한 오피스(90.7%)라고 한다. CU도 백종원 도시락 시리즈의 인기로 지난달 도시락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7% 급증했다고 밝혔다. 편의점 도시락 인기는 불황을 반영한 결과다. 직장인 등이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식비부터 줄이는 방안에 나선 것이다.
 한편, 명품 소비 등의 과소비 또한 폭발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8% 성장한 약 170억 달러(약 21조 원)로 전 세계 7위를 차지했다. 국민 1인당 평균 금액으로 환산한 소비액은 325달러(약 43만 원)로 전년보다 24% 증가했다. 그리고 그 명품시장을 이끄는 건 다름 아닌 MZ세대다. 회계법인 삼정 KPMG가 지난해 발간한 '럭셔리 시장을 이끄는 뉴럭셔리 비즈니스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45.4%, 신세계백화점 50.5%, 현대백화점 48.7% 등 2021년 기준 백화점 명품 매출의 절반을 MZ세대가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의 명품 구매 열풍은 부분적으로 소비 네트워크 효과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친구의 SNS 사진에 보이는 명품 가방, 유튜버의 명품 쇼핑 후기 등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생성되고, 빠르게 공유되는 콘텐츠는 디지털 정보 사회의 소비 네트워크 효과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소비 행태나 소비자를 '앰비슈머(Ambisumer)'라 부른다. 양면성(Ambivalent)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가치관의 우선순위에 있는 것에는 소비를 아끼지 않고 우선순위에 없는 것에는 소비를 아끼는 사람들을 말한다. 즉, 소비자 한 사람 안에서 고가품과 저가품의 상반된 소비 행태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소득은 정체된 상태에서 물가가 오르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자 '실용'과 '자기만족'을 함께 추구하려는 과정에서 생겨난 트렌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앰비슈머 소비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필수 소비재는 선호도나 품질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가격이 구매의 결정적 요인이 되지만, 사치재는 브랜드가 주는 심미적, 심리적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앰비슈머 현상이 그저 달갑지만은 않다. 본인의 가치관의 우선순위에 있는 것들에 소비를 아끼지 않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 우선순위는 본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까? 아닐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매체와 함께 살고 있다. 당연히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SNS와 유튜브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명품 관련 사진과 영상이 업로드되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명품에 대한 인식과 조망이 생기고 이를 SNS에 다시 과시하려는 욕구도 생긴다. 
   MZ세대의 이런 소비가 무조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현실에 맞게 소비해야 하고, 그 가운데서 나의 주관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교 기자 dldmsry11002@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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