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4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을 명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시작되었다. 러시아는 전차와 전투기를 앞세운 20만 대군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를 습격하였으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인해 실패했고 전쟁은 우크라이나 동부로 옮겨가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은 의견을 달리하고 있으나 대부분 영구집권을 노리는 푸틴의 야심과 신유라시아주의라는 러시아의 패권의식이 낳은 결과로 이야기되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러시아의 안방인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편입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같은 동슬라브민족이며 국가탄생을 같이한다. AD. 980년 세워진 키예프 공국이 그 시작이다. 키예프 공국은 현재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를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동로마제국(비잔틴제국), 북쪽으로는 바이킹 국가들인 북유럽과의 중간에서 중계무역을 통해 발전하였고 동로마제국으로부터 기독교의 일파인 동방정교회를 받아들여 독특한 러시아 정교회를 발전시켰다. 광활한 우크라이나 흑토지대에 자리한 키예프 공국은 초원길 서쪽 끝자락에 위치해서 유목민족들의 침략이 자주 있었고 역사적으로는 유럽으로 진출하려는 스키타이족이나 흉노족의 침략을 받아왔다. 키예프 공국의 종말은 몽골족의 침략 때문이었다. 1240년 칭기즈칸의 손자 바투 칸의 유럽정벌 과정에서 키예프 공국이 멸망했고 슬라브인들은 북쪽 모스크바로 이동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다른 국가로 분열되었다. 그러나 러시아 제국이 확장되면서 우크라이나는 18세기 대부분 러시아로 병합되었고 식량창고 역할을 하면서 러시아가 강대국으로 발전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1941년 히틀러의 나치 제국이 소련을 침공한 주요 원인도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지로서의 지정학적 가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1991년 소련 붕괴는 냉전의 종말과 함께 동유럽 국가들에 자유와 번영의 기회를 선물했다. 오랜 공산 독재에서 벗어난 이들 국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서쪽 독일에 인접한 폴란드, 체코, 불가리아, 루마니아와 발트 삼국은 재빠르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도입했고 EU에 편입되면서 유럽의 일원이 되어 번영을 누렸지만, 동쪽 러시아에 인접한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몰도바는 여전히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해 빈곤과 독재의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러시아에서는 2000년 푸틴이 등장하면서 1990년대 정치적 혼란과 경제 붕괴를 극복하고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푸틴의 러시아는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중심으로 러시아-벨라루스-우크라이나를 연결하는 새로운 러시아 건설을 주장했고 강력한 러시아의 가스와 석유를 무기로 이들 국가를 압박했다. 푸틴의 권력도 러시아 가스 독점국영기업인 가스프롬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푸틴은 '강력한 러시아의 부활'만이 서구 사회의 시장과 자유민주주의를 막고 신성한 슬라브 민족공동체를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믿는 '신유라시아주의'를 신봉한다. 슬라브 민족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푸틴 자신이 슬라브 민족의 메시아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2014년 크림반도 병합에 이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의 근본 사상이 되었다. 
 사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형제국이고 우크라이나 인구의 17.3%가 러시아 출신이며 약 4천 5백만이 서로 친척이다. 일례로 러시아 국방부 장관 세르게이 쇼이구도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인종학적으로 연결을 부정할 수 없다. 더구나 러시아인에게는 우크라이나는 어머니의 나라이자 민족의 뿌리라고 할 수 있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2014년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푸틴의 측면에서 볼 때 냉전 붕괴로 무너진 소련의 패권을 다시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은 1990년 냉전 붕괴 이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유럽에 전파하여 푸틴과 러시아의 이익을 철저히 무시해왔고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를 동진시켰다. 나토는 1999년 체코, 폴란드, 헝가리를 시작으로 2004년 발트 삼국,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2009년 크로아티아와 알바니아까지 영역을 넓혀왔고 2014년 크림반도 합병도 러시아는 그 원인을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력균형의 붕괴에서 초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 세력균형은 한반도에서 해양세력인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자유 진영과 대륙세력인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이 균형을 이루는 냉전 상태를 의미한다. 냉전기 독일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 진영인 서독과 소련이 담당하는 동독으로 나뉘었으며 베를린도 자유 진영 서베를린과 공산 진영 동베를린으로 나누어 관리해왔다.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는 '체크포인트 찰리'였고 한국의 판문점과 같은 서방과 공산 세력의 균형점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0년 독일통일은 자연스럽게 세력 붕괴를 가져왔고 이것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초라 할 수 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초기 수도 키예프(키이우)에서 동부 도네츠크, 루한스크와 남부 헤르손 지역으로 이동했고 양측 사망자가 수십만에 이르는 처절한 진지전으로 바뀌었으며 수백 만의 많은 이재민이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각국으로 이동해 있는 처참한 실정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자유주의 진영의 적극적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와 국가의 명운을 걸고 전쟁을 지속 중인 러시아는 어느 한쪽도 양보할 기색이 없다. 그러나 전쟁의 향방은 아마도 한국전처럼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전쟁에 지친 서방과 러시아 양대 진영은 휴전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고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세력균형이 형성되며 러시아-우크라이나의 분단은 굳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과 함께 미국과의 동맹외교를 통해 경제보다는 안보를 중시하는 가치동맹 정책을 펴고 있다. 나날이 증가하는 북핵위협에 대한 유일한 대안으로 미국과의 광범위한 동맹을 선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한반도에서는 확장억제를 통한 북핵 억제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반도체 중심의 칩 4 동맹(Fab 4)에 참여하고 러시아에 대해서도 나토와 한국은 사이버 방어·비확산 부문의 공통안보에서 협력하는 정책을 취하면서 반러시아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 반발한 러시아는 냉전 이후 소원했던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며 유엔에서 북한 제재를 반대하는 등 적극적인 북한 감싸기를 시도하고 있다. 외교·안보 부문 이외에도 경제적으로도 한러관계는 위기다. 2021년까지 러시아 국내 브랜드 1~2위를 했던 삼성과 LG 그리고 현대는 매출이 중지된 사이 중국은 샤오미를 중심으로 급속히 시장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일례로 2021년   6조 2천 360억에 달하던 삼성전자의 대러 매출은 2022년 현재 거의 없다. 더구나 2021년 연간 20만 대를 생산했던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전면적 철수들 단행했다. 결과적으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대한민국이라는 사실뿐이다.
 먼저 국익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한반도에 신냉전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엄밀한 현실 인식이 중요하다. 북핵 위기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북미 회담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안보 동맹과 함께 경제적 실익도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경제 규모 10위의 무역 대국 위치에 있고 미국을 위시한 중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는 중요 교역국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신냉전은 한국에게는 냉전 붕괴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할 수 있고 노태우 정부가 수립한 북방정책의 위기라고 평가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타이완 위기를 해소하고 극심한 이념대결과 같은 주변국과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의 외교는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미·중 패권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위기를 해소하고 국가의 핵심이익을 지키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이신욱 교수(원광대 HK+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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