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우리의 일상을 뒤바꿔 놓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은 인류 역사상 손에 꼽히는 재난으로 기록되었다. 전 세계적 유행으로 우리의 건강과 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았다는 측면에서 대재난임과 동시에 감염병의 발원지 논쟁과 이와 관련한 특정 인종집단에 대한 근거 없는 차별과 혐오의 확산이라는 사회적 측면에서도 쉽게 잊을 수 없는 재난이였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차별과 혐오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확진자의 개인적 일탈과 거짓말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재구성한 스토리로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확진자는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그렇게 한차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잠복기에 접어들었던 차별과 혐오 바이러스는 엠폭스(원숭이두창)의 확산으로 다시 한 번 대유행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엠폭스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Monkeypox virus)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으로 두창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거나 더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해 6월 국내 첫 확진 사례가 발생한 이 감염병은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주로 유증상 감염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엠폭스 지역사회 전파를 '성소수자'의 책임으로 돌리며, 우리 사회는 '문제집단'으로 낙인찍기를 시도하고 있다. '성소수자','동성애','양성애'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나열하는 언론의 보도행태 또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 바이러스 재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숭이두창'이라는 질병명이 특정집단, 인종, 지역에 대한 차별적이고 낙인적인 용어라고 규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원숭이두창'이라는 질병명을 '엠폭스'(MPOX)로 변경할 것을 권고하였다. 더 나아가 엠폭스는 특정 국가와 인구집단에 국한되지 않는 감염병이라고 발표하였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는 역시 신종 감염병 확산에 따른 낙인과 차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코로나19, 에이즈, 엠폭스 등 감염병과 관련하여 인종, 사회경제적 지위, 성정체성으로 이미 차별과 소외되고 있는 집단에 대해 낙인과 차별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경고한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감염병이 우리의 삶과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어떤 위협을 주며, 우리 사회의 유대감과 상호 도움에 대한 동력을 어떻게 약화시킬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감염병 확산에 따른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우리 사회의 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올바른 방역 정책이 아니다. 감염병의 올바른 대응을 위해서는 과학적 사실에 기초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감염병 관련 정보의 이해와 공유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감염병은 개인의 일탈행위로 인한 결과물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고 고위험 집단에 대한 적절한 예방과 치료 등의 체계적 방역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정 집단에 대한 비난과 책임론, 자극적인 언론보도로 인한 차별과 혐오 바이러스의 재확산을 이제는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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