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 어떻게 할 거야?"

 만약 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 나의 주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그리고 벌레가 된 나는 나의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막연한 상상 속에서 뚜렷하고 명확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떠한 방법을 떠올리든 막막하고 어지러운 상황을 헤쳐 나갈 만한 현명한 결정이 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얼핏 생각해보아도 어찌할 수 없는 재앙(災殃)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재앙의 여지가 다분한 명제는 최근 SNS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물음에 대한 대답에 따라 사람의 내면적 모습이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흥미로운 전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한 것이다. 이 물음을 처음 접했을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이었다. 우리의 막연한 상상이 현실이 된 소설 『변신』과,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선택한 대답은 그들의 내면적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대답과 내면적 모습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막연한 물음에 대한 대답의 실마리가 될 메시지가 무엇일지 기대하며 책을 들추어 본다.
 『변신』은 1915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불안, 개인의 고독, 무력감, 인생의 부조리 등의 감각을 솔직하고 철저하게 표현하고 있다. 『변신』은 주인공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하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주인공의 '외면의 변신'으로 인한 '내면의 변신'에 주목하며, 주인공의 변신으로 인한 주변인들의 '또 다른 변신'과 '변심(變心)'에 주목한다.
 소설 속 주인공 그레고르는 홀로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일하지 않은 지 5년이 된 아버지, 몸이 연약하고 마음이 여린 어머니, 가정 형편으로 바이올린 연주자라는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여동생, 그리고 갚지 못한 빚까지도 대신하여 부양(?)하고 있다. 하지만 그레고르는 부양을 위해 하는 노동과 그러한 노동을 하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 자신이 성실하게 일한 덕분에 그들과 빚을 훌륭하게 부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의 '변신'을 자각한 후, '무단결근'과 '직장 해고'를 가장 먼저 걱정한다. 자신에게 닥친 비현실적이며 비극적인 미래보다도 그레고르에게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것'의 문제이자 '더 이상 자신을 자랑스러워하지 못하는 것'의 문제였으므로. 하지만 그레고르도 점차 인간이 아닌 벌레로 사는 삶에 적응하고 그의 가족들도 벌레가 된 그레고르와 함께 사는 삶에 적응해 간다.
 이 소설은 그동안의 소설들과 다른 낯선 전개 방식과 신선한 소재 덕분에 읽는 이에게 충격을 선사한다. 하지만 소설의 외형적 면모보다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짧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복잡하고 적나라하며, 처절하고 비열한 '또 다른 변신'이다. 벌레가 되어버린 인물의 '변신'과 벌레가 된 인물을 실제 벌레와 다름없이 대하게 되는 주변인의 '변신'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은 '그레고르'를 자기 자신에게 대입한다. 가족을 부양하는 '나', 먹고 사는 것에 집중하느라 스스로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나',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고 위로하며 고통의 삶을 지탱하는 '나'. 하지만 그런 내가 '벌레'로 변해버린 가혹한 현실 속에서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지켜 온 가족과 주변인의 '변심'에서 '현대인의 고독'을 찾아내며 '나'와 '주변인'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변신』에서 그레고르가 처음 벌레로 '변신'한 장면에서 다음 구절이 등장한다.  

 "오빠, 문을 열어봐요. 제발." 그러나 그레고르는 문을 열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고, 여행 때나 집에서나 밤에 문을 잠그는 습관을 고맙게 여기고 있었다. 

 어쩌면 그레고르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바깥에서의 삶으로부터 오는 고됨과 고통을 씻어내기 위해 일종의 선택을 했어야 했고, 그 선택은 자신을 고됨과 고통의 원인으로부터 격리하고 단절하는 것이었다. 격리와 단절로부터 오는 고독에 익숙해져 갈수록 그의 주변인들은 그가 주는 평안함에 취해 그의 고독을 외면한 채 단꿈에 취해 간다.
 이러한 인물과 주변인의 모습 속에서 '현대인의 고독'을 마주하게 된다. 삶의 고됨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자그마한 고독에 가둬버리는 그의 모습 속에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나'를, 스스로의 시간을 존중한다는 명목하에 누군가가 홀로 갇혀버린 고독을 외면해버린 현대 사회의 주변인으로서의 '또 다른 나'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부양하고 있다. 그 무게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들기도 하며, 고독한 누군가를 목격하기도 한다. 그 순간에 우리는 소설과 현실에서 나타나는 '고독'과 '외면'을 탓할 수만은 없다. 나 역시 그들의 고독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뚜렷하고 명확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므로. 
 막연한 상상과 흥미로운 전제로 시작한 물음은 『변신』을 통해 다음의 물음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한 뚜렷하고 명확한 대답을 고민해볼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 대답을 찾는 데 소설 『변신』이 조금의 실마리가 되어 줄 것이다.

 "내가 고독하다면 어떻게 할 거야?"

 

채규현 교수(국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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