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1일 일본 히로시마시 원폭돔 앞에서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오후 2시 46분에 맞춰 시민과 관광객이 묵념을 시작했다. 이후 탈원전을 호소하는 시민집회도 개최했다. 그리고 2023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G7 정상회의도 히로시마시에서 개최했다. 각국 정상들은 히로시마 평화공원과 미야지마를 방문했다. G7 정상회담을 원폭 피격지에서 개최함으로써 북핵 폐기를 강조하고자 했다. 
 이처럼 히로시마는 핵을 상징하는 지역이 되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당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히로시마에, 8월 9일 오전 11시 02분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다. 같은 해 5월, 제2차 세계대전의 추축국인 이탈리아 사회공화국과 나치 독일이 이미 항복했음에도 일본은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이에 전쟁 종결을 위해 포츠담회의가 열렸고, 1945년 7월 26일에 채택된 「포츠담 선언(Potsdam Declaration)」에서는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다. 일본은 이를 묵살했다. 이후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투하명령을 내렸다.
 1945년 8월 15일 전쟁은 일단 종식됐다. 그러나 원폭으로 인한 강렬한 열선과 폭풍으로 히로시마·나가사키 땅은 피폐했고, 방사능에 의한 피해는 장기간 지속되었다. 그해 12월까지 히로시마에서는 약 14만 명이, 나가사키에서는 7만 4천 명이 사망하였다. 그 후에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는 방사능 부작용으로 1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고통받았다. 피폭자들의 고통은 원폭 방사능에 기인하는 질병에 그치지 않고 빈곤, 차별, 마음의 상처 등 생존과 생활 모든 분야에 걸쳐 있었다.
 그럼에도 원폭 투하 10년도 안된 1953년 12월,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평화를 위한 원자력' 연설을 통해 이른바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 추진을 촉구했다. 원자력을 발전에 사용하는 원전 개발의 시작이다. 그  4개월 후인 1954년 4월에는 일본 국회에서 원자력 개발 예산을 통과시켰다. 또다시 10년 후인 1963년 10월, 일본 이바라기현 동해마을에 건설된 시험적인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3년 후에 일본은 최초의 상업 원전인 동해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여 1998년까지 운행했다. 동해원전은 가동이 종료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도 폐로 작업 중이며, 완료는 2030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직후 사진 / 출처 : AP Photo / Stanley Troutman)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직후 사진 / 출처 : AP Photo / Stanley Troutman)

 일본은 1960년대부터 70년대에 걸쳐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 간사이전력의 미하마(美浜) 원전 1~3호기, 오이(大飯) 원전 1~2호기 등 차례차례 원전을 만들었다. 이 사이 1979년 3월 28일에는 미국에서 스리마일섬 원전사고가, 1986년 4월 26일에는 러시아(당시 소련)에서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일본을 비롯한 세계는 원전을 계속 늘렸다. 2011년 3월 11일 전까지 일본에는 54기나 되는 원전이 존재했다. 
 원폭 피폭자와 원전사고 피폭자는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원폭은 무기이고 원전은 민생용 시설이기 때문에 동일하게 논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이 방출됐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세슘 137로 단순 비교하면,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방출한 양은 히로시마 원폭에서의 168.5개분에 해당한다. 방사능과의 싸움에서는 원전 사고가 더 심각하다. 이처럼 핵에너지 이용은 대량의 죽음의 재를 발생시킨다. 인류는 그 죽음의 재, 즉 방사성 물질과 맞설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되어 있는 132만 톤 이상의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이 오염수는 섭씨 1000도까지 달아올랐던 후쿠시마 제1원전의 노심(연료봉)을 식혀준 지하수를 모아놓은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재앙적인 폭발도 달아오른 노심의 열기로 발생한 수소가스 때문이다. 2011년 3월 사고발생 직후 세슘 137을 비롯한 200여종의 방사성 핵종으로 오염된 지하수가 태평양으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일본이 방류를 결정한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바닷물에서 안전한 수준으로 희석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는 줄임말로 알프스라고 한다. 오염수가 알프스를 거치면 각종 방사성 물질이 줄어들거나 반감된다. 일본 정부는 IAEA(국제원자력위원회) 해양방류 기준치 이하로 오염수를 처리해서 방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삼중수소는 알프스로 반감되지 않는다. 삼중수소는 몸속에 들어갈 경우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방사성 물질이기 때문에 위험하다. 게다가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외에도 스트론튬90, 탄소14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넘고 있다. 그것을 아무리 바닷물로 희석해도 바다로 흘러나오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욱이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최종적으로 어느 정도의 방사능 오염수가 나오게 될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에 지난달  25일에 한국 환경운동연합이 발표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응답자의 85.4%가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10.8%에 그쳤다. 바꿔 말하면 정부에서 일본에 시찰단을 보내고, IAEA가 안전성 검증을 수차례 한다고 강조해도 우리 국민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도 원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도 엄청난 양의 삼중수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불편한 진실이다. 결국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실현되면 이후에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하는 또 다른 일본이 계속 나올 것임을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과거 인류는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를 묵인했다. 또한 인류는 핵 방사능의 위험을 알면서도 핵발전을 추진했다. 그리고 현재 인류는 방사성 물질을 해양에 방류하는 행위를 방관하고자 한다. 이것이 자연과 인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짐작하면서도 말이다. 방사성 물질은 군사적 이용이든 평화적 이용이든 인간에게 닥치는 악재이다. 그 선례가 원폭 피해자이고, 그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누구보다 실감했을 일본이 해양에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이 최선인지 다시 물어야 할 것이다.

유지아 교수(원광대 HK+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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