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사랑할 자유가 있다. 그 대상이 무엇이 됐든 말이다. 애틋하고,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그런 마음은 이성에게만 드는 걸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이성과의 사랑만을 사랑으로 치부한다면, 이 세상 인구의 절반은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 사랑은 알 수 없는 끌림에서 시작한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의 주인공들처럼.
 계엄령이 막 해제된 1987년 대만, 남자 기숙학교를 다니는 자한은 어느 날, 학교 수영장에서 '버디'라는 아이를 알게 된다. 그를 알게 된 이후로, 이성에게 흥미를 잃게 된다. 룸메이트와 다른 학교 이성친구들을 몰래 만나는 자리에서 그 사실을 체감한다. 그 시절 대만은 계엄이 풀렸음에도 이성 교제를 철저히 금지했다. 이러한 이유로 몰래 이성을 만나곤 했는데, 전처럼 설레지도 끌리지도 않았기에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몸소 깨닫는다. 반대로, 자한은 동성인 버디에게 서서히 끌리고 있었다. 둘은 같이 관악기를 연주했다. 함께 하는 것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런 나날이 반복되고, 둘은 이제 눈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던 중 남자 기숙학교가 남녀공학 학교로 바뀌고, '반반'이란 여학생이 등장한다. 반반은 버디에게 호감을 느껴 마음을 고백하고, 자한을 품고 있던 버디 역시 그 마음을 받아준다. 이후, 학교엔 반반과 버디가 사귄다는 소문이 퍼지고 징계를 받게 되는데, 여성 후배라는 이유로 반반만 퇴학 처분을 받고 버디는 그대로 학교에 남는다. 이 일로 자한과 버디,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가 생기나 싶지만, 그것도 잠시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실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채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게 된다. 그 이후, 만나지 못하다가 중년이 돼서야 둘은 재회하고, 젊은 날을 추억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그들이 다니던 학교에는 올리버라는 신부님이 있었다. 그는 늘 'Profiter du moment! (프로피테 뒤 모망)'이란 말을 달고 살았다. 프랑스어로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란 뜻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가 매번 하는 말이 끌림의 촉매제가 된 건 아닐까 싶다. 어떤 말이든 자주 듣게 되면, 뇌리에 박히게 된다. 끌렸어도, 이후가 걱정됐다면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고, 끝까지 마음을 숨겼을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인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명대사는 더 뜻 깊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교훈을 알려줌과 동시에 이성애가 아닌 다른 형태의 사랑이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의 배경은 계엄 해제가 막 이뤄진 사회다. 그 차갑고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 이성 교제마저 금지됐다. 또한, 성차별과 군대의 문화가 사라지지 않은 시기였기에, 퇴학도 여학생인 반반만 당하게 된 것이다. 자유를 얻은 직후는 생각보다 자유롭지 않았고, 그 실정이 고스란히 반영돼 동성애라는 주제 하나만으로 바라볼 영화는 아니다. 사실, 영화의 모든 내용을 적지 않았다. 동성애를 한다는 이유로 화장실에서 한 후배가 집단 구타당하는 장면, 해변에 가기 전, 둘의 사이를 자한의 부모님께 말했다가 버디가 얻어맞는 장면 등 동성애를 혐오하고 억압하는 장면이 꽤 등장한다. 이는 지금의 대만은 동성애가 합법화됐을 만큼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모든 결과엔 과정이 있고, 결과가 극적일수록 과정은 비극적이다.
 그런 배경이 있어 둘의 사랑이 더 극적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사회의 억압과 동성애 혐오가 더해진 극악의 상황에 동성 교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었다. 그들은 성별을 떠나, 그 사람 그 자체를 사랑했다. 앞서 말했듯, 인생은 한 번이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 그러니, 마음껏 사랑해라. 그게 누가 됐든 사랑한다면 멈추지 말고, 그 순간을 즐기길 바란다.

조혜연 기자 yeonsop321@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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