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임용된 2년 차 초등교사가 학교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경찰 조사 중이지만, 동료 교사들의 증언이나 시스템 상에 나타난 기록을 종합해보면 올해 학교 부적응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학부모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해당 교사가 학교 측에 2022년부터 10차례에 걸쳐 업무 관련 상담을 요청했으나 관련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개인 전화로 학부모의 전화가 와서 소름이 끼친다는 해당 교사의 이야기에 학교 측은 전화번호 변경을 권할 뿐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부실하게 대응했음이 밝혀졌다. 사건 이후, 교권 침해 사례가 점차 세상 위로 드러났고,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과연 교권 침해는 최근 몇 년 사이의 문제일까? 우리나라 교권의 현실은 어떨까.

학생인권조례, 그 이후
 '학생 인권'에 별 다섯 개였던 몇 년 전과 달리, 현재 그 별은 '교권 추락'으로 옮겨갔다. 최근 관심을 받게 된 용어지만 교육계 내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려한 판도라 상자였다고 한다. 학생 인권이 더욱 중요해진 것은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이후다. 학생인권조례란 학생의 존엄과 가치가 학교 교육 과정에서 보장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각 교육청에서 제정한 조례로, 2010년 10월 경기도교육청이 처음으로 공포했다. 이후 전국 교육청에서 차례로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해 시행 중이다. 각 시도 교육청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표현의 자유, 교육복지에 관한 권리, 양심과 종교의 자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후 학생 인권이 보장되면서, 교권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발표한 지난 7월 24∼26일에 실시된 교육 관계자 13만 2천 3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97.6%가 서이초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다른 학교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으며 해당 사건의 원인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인지에 대해선 '그렇다'는 답변이 절반 이상인 55.5%였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6.7%, '보통'이라는 답변은 17.8%였다. 
 체벌과 용모 통제 등 오랫동안 이어진 인권 침해는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학생 인권이 보장받기 시작하니 교사의 인권이 침해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한다. 최근 SNS에서 수업 중에 한 학생이 칠판 앞에 누워 충전 중인 핸드폰을 사용 중인 영상이 화제가 됐다. 콘센트가 칠판 아래에 있으니 충전기를 연결할 곳을 찾아 수업 중인 칠판 아래까지 간 것이다. 학생을 제재하거나, 핸드폰을 압수해야 하지만 '학생 인권 침해'가 될까 봐 교사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한채 수업을 진행했다. 이것이 현재 교권의 현실이다. 

지난 7월 사망한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는 편지들 / 사진: 한국대학신문DB
지난 7월 사망한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는 편지들 / 사진: 한국대학신문DB

보호받지 못하는 교사들
 교사들의 교권 침해는 학생들에 의한 것뿐만이 아니다. 지난 1일 경기일보는 공립유치원 교사 A씨와 학부모 B씨가 4년 전 나눈 통화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B씨는 교사에게 "(내가) 카이스트 경영대 나와서 MBA까지 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계속 이렇게 하시면 선생님 위험해요 되게"라고 말했다. 학부모 B씨는 교사 A씨에게 하루에 28건의 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이가 교사에게 맞았다고 교원 평가에 반영할 것이다'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해당 영상이 최근 논란이 되자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학부모 B씨의 신상을 밝혀내기 위해 찾아나섰고, 학부모 B씨의 책이 판매되는 웹사이트에 "학부도 아니고 대학원에 입학했으면서 부끄럽지도 않나", "본인이 뱉은 말과 책 내용의 온도 차가 굉장히 크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에 B씨는 "4년 전 언행이 경솔했다"며 사과했다. 또한, B씨는 블로그에 교사 A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유치원 교사 A씨의 이름도 전국교사들이 기억할 것이라 생각한다", "죄송합니다만 그 교사는 죽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실명이 거론되는 것은 법적으로 조치될 수 있습니다" 등의 답글을 달았다. 
 하지만 사과에 이어 '교사도 당시 나에게 윽박지르고 소리를 질렀다'며 교사의 실명을 언급하고, '그 교사는 죽지 않았다'고 항변해 논란이 가열됐다. 

교권 추락 문제, 해결방안은?
 최근 초등교사가 겪은 교권 침해 경향을 보면, 본문 내용과 같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정당한 생활지도 불응 반항 등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처럼 교사들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 무력화된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교육 현장에서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해외 각국에서는 강력한 법과 이에 기반하는 사회적 제도를 통해 교권과 교육 현장을 지지해 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교사의 생활지도가 가능하도록 효과적인 학생 징계 방안을 구축하고, 학교규칙을 포함한 학생의 권리와 의무 매뉴얼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달해 학생과 학부모는 확인했는 서명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이와 같은 철저한 매뉴얼은 학생 생활지도의 명확한 근거가 돼 학교와 학생, 학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한다. 이는 학생지도 불응으로 교사 개인의 문제로 여겨 인내하고 감내해왔던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교사의 의욕 상실 및 열정 고갈, 회피 및 외면, 심리적 위축을 비롯하여 심리적 소진을 야기한다. 또 아동학대 의심만으로 신고가 되고, 직위 해제까지 되는 상황에서 교사에게 적극적인 생활지도를 기대할 수 없다. 정당한 학교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교육 현실이 공교육 붕괴로 이어지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교권은 시민이자 미래인 학생을 잘 교육하기 위해 국가가 교원에게 위임한 권한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처한 환경적 제도적 문화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해 교사가 교육을 교육자답게 할 수 있는 교권을 보장하는 제도와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은교 기자 dldmsry11002@wku.ac.kr
이한솔 수습기자 ppoppio1234@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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