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 : 국가, 도시, 그리고 국제기구
 근대 사회에서 국가는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 이후 국제사회에서 절대자로 군림했고 강력한 군대와 관료제를 기반으로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힘을 행사했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 중상주의, 동양의 부국강병에 주목했고 강력한 군대와 경제력이 국력의 기본이라는 생각은 주류 정치학과 경제학에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소련이 붕괴하고 전 세계 자유화 열풍이 번진 1990년대 이후 국제사회에 세계화가 시작되면서 국가는 절대자의 위치에서 점차 다른 세력과 경쟁하는 경쟁자의 위치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경쟁자는 국제기구라고 할 수 있다. 국제기구의 대표주자는 2023년 현재 27개 국가가 모인 EU이다. EU 회원국들은 자국의 주권 일부분을 양도하여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정책을 취하기 시작했고 역내와 역외 국가군을 차별하면서 공동발전과 이익의 극대화를 통해 공동번영을 추구했다. 그러나 EU와 같은 경제동맹체는 국가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공동체의 이익이 국가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 국가는 경제동맹체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는데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가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경쟁자는 도시의 등장이다. 국제행위자로 도시의 등장은 국제정치에서 매우 경이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는 국가의 하위단위로 해석되고 국가가 주도하는 하드파워(Hard Power)를 보완하는 소프트파워(Soft Power) 영역을 중심으로 대외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 조셉 나이(Josep Nye)는 문화와 예술, 학문, 매력 등 비경쟁적인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주목했다. 조셉 나이는 국제외교에서 국가, 국제기구, 시민사회, 경제협력체, 도시 등 다양해지는 국제행위자들 간의 거버넌스를 촉진하기 위해 그동안 소수가 통제하고 주도했던 국제정치와 외교의 확대에 주목했다. 국제사회에서 폭증하고 있는 다양한 주제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파워에 기반한 공공외교와 도시 외교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 도시의 역할
 근대와 현대를 거치면서 외교는 국가 주도의 대내외 정책으로 정의되었고 도시는 국가의 하위 통치의 기구로 보았다. 중앙집권체제와 함께 도시는 국가에 종속된 존재일 뿐이었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도시는 독립성을 가지게 되었고 독자적 생존전략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도시의 역할에 대해 요한 갈퉁(Johan Galtung)은 국가와 대비된 3가지 특징을 제시하며 국제사회의 주체로 도시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 도시의 비무장화이다. 도시는 상대적으로 국가와는 달리 그 하위단위로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의 의무인 국토수호와 안보의 의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도시는 민족적 트라우마 즉 민족주의로부터 자유롭다고 지적한다. 18~19세기 유럽에서 등장한 민족국가는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수천만 전쟁 희생자를 낳았고 신민지 수탈과 제국주의의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다. 그러나 도시는 민족의 이념, 혈연에서 자유롭고 오히려 외부에서 영입되는 사람들을 받아들여야만 발전할 수 있다. 셋째, 도시는 다른 지역 및 도시들과 교역을 통해서만 그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 갈퉁은 도시의 연결성, 포용성, 행정기구의 능력의 중요성을 통해 그 능력을 극대화해야지만 도시로서 독자생존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 도시는 다양성과 포용성 그리고 연결성을 가지고 있어 세계적인 도시일수록 다양한 인종, 세대, 민족과 그 지역을 공유하고 발전하고 있다. 

몽둥이 전쟁과 국가 외교의 실패
 새로운 외교 형태로 등장한 도시 외교의 중요성은 첫째, 현대 국가가 주도하는 전통 외교는 비효율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그 보완 수단으로 도시 외교가 필요하다는 점이고 둘째, 지역발전의 활로를 모색하는 통로로서 국외 행위자들과의 협력의 다양화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현실 국가는 주권을 강조하기 때문에 국가 간 협력은 실패 가능성이 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도시 외교는 국제협력의 새로운 가능성 모델로 제시될 수 있다.
 1962년과 2017년 히말라야산맥을 두고 전쟁 아닌 전쟁이 발생한 중국과 인도는 민족투쟁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전통 외교 실패의 대표적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높은 히말라야는 해발고도가 높아 헬리콥터마저 오를 수 없고 산사태 우려로 총기 사용도 불가능하여 원시적인 몽둥이를 무기로 전쟁하는 사태 일명 '몽둥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중국과 인도'라는 국가대항전 성격의 민족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어 그 해결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부울경(동남권) 도시공동체
부울경(동남권) 도시공동체

도시 외교와 한류
 도시 외교는 국가 사이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경향이 있다. 1977년 서울과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첫 자매결연은 강남의 테헤란로와 테헤란의 서울로가 설치되면서 현재까지도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은 1977년 당시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였으나 1979년 이란혁명으로 이슬람 공화국이 탄생했다.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한국과는 친미·반미를 떠나 서울-테헤란 간 도시 우호 관계는 지속되고 있고 특히 2003년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은 이란 현지에서 70% 시청률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기는 대표적인 한류 확산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도시 외교 연결망을 통해 한류의 전파는 국가 간 갈등 상황을 넘어선 주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도시 외교의 확대와 전개 방향
 한국의 도시 외교는 1995년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을 기반으로 지방자치제가 도입되면서 중앙권력이 지방으로 대폭 이양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 외교는 6단계를 통해 발전하게 된다고 가정할 수 있다. ① 지방분권과 지방정부의 등장 ② 자매결연 ③ 도시와 교통체계형성과 무역 관계 ④ 인적교류 심화(관광, 의료, 문화, 예술) ⑤ 도시공동체 형성 (교육, 경제, 금융)이다. ② 자매결연 단계는 국내외 도시들과 위치, 인구, 영향력, 경제, 무역, 교통 등을 고려하여 선택적으로 진행되고 서울-테헤란, 서울-모스크바, 부산-블라디보스토크 등 도시의 등급에 따라 상호관계를 맺기를 진행한다. ③ 도시와 교통체계형성과 무역 관계에서는 도시와 도시 사이에 철도, 항공, 해운 등 교통체계를 기반으로 무역 관계가 형성되고 국제·국내 비즈니스를 통해 ④ 인적교류를 심화시킨다. 1992년 이후 한국에 대한 중국 관광객들의 방문을 증가를 거듭하며 2018년 479만에 달해 일본 관광객 295만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평가된다. 초기 서울, 부산, 제주를 방문하는 단순 패키지에서부터 2023년 현재 의료, 문화,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면서 ⑤ 경제적 상호의존이 심화하는 형태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중국의 대도시들이 서울, 부산, 제주도와의 연결망이 강화되고 도쿄와 나고야, 오사카와의 네트워크가 발달하면서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F4 구준표가 말했던 "도쿄에 라면 먹으러 간다"는 것이 항공 네트워크가 발전되면서 일상화되고 있는 동북아의 현실이다. 이러한 도시들의 상호의존이 심화하면 ⑥ 도시공동체가 형성되는데 도시들 사이에 교육, 경제,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발생하고 도시들의 공동체가 형성되는 메가시티, 메트로폴리스로 불리는 거대도시군이 형성되면서 국가를 대체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도시공동체와 글로벌 도시협력 그리고 익산 
 현재 동북아는 7대 경제권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수도권과 동남권,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으로 각기 메가시티의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지역 사이 교류는 한·중·일 무역과 교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북아 7대 경제권의 특징은 대부분 철도, 항만 그리고 공항 네트워크의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고 이를 통해 역내에서는 지역 중심도시로 성장했고 국제적으로는 타 경제권과 연결망을 구축해 놓은 상태이다. 일례로 부산은 세계 6위의 항구와 동북아 철도의 출발점에 위치하여 한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최대의 인구와 함께 교육, 소비, 물류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이웃 울산과 거제의 조선업과 창원의 기계공업, 사천의 우주항공산업을 선도하는 지역 메가시티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수도권과 동남권 이외에 글로벌 경제권으로 발전 가능한 지역은 전북 경제권이라 할 수 있다. 전북 지역은 군산(새만금)-익산-전주는 군산의 항구와 신공항, 익산의 철도와 물류, 교육과 식품산업, 전주의 교육과 문화, 예술을 벨트형으로 묵어 통합발전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어 도시 외교의 필요성과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사료된다. 따라서 전북 지역은 수도권과 동남권과의 연결성을 높여야 하고 중국과 연결성을 높인다면 배후 광주권과 연계를 통해 지역 중심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21세기는 도시 외교를 주목해야 한다. 도시를 중심으로 교통체계, 물류, 의료, 문화·예술 그리고 지역적 특색을 연계하여 네트워크의 중심에 선다면 그 도시의 중심은 국가 차원을 넘어 국제적 중심지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고 도시발전과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신욱 교수
(원광대 HK+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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