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대에 진열된 포켓몬 빵 / 사진: 최아랑 수습기자 
매대에 진열된 포켓몬 빵 / 사진: 최아랑 수습기자 

 '팬(Fan)'은 애호가, 마니아 등으로 불리며 특정 스포츠나 연예인, 취미, 예술 등에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 재화를 소비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팬덤'은 이러한 공통적인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공감과 우정의 감정을 나누는 사람들을 뜻한다. 팬덤 문화는 이제 젊은이들만의 문화가 아닌 전 연령층이 향유 하는 문화다. 이에, '팬슈머'라는 팬(fan)+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가 등장했다. 상품·브랜드에 대해 직접 투자하거나 생산과정에 참여하며 상품·브랜드를 키워내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내가 열정적으로 기획한 것이 제품에 반영됐다는 성취감과 자부심으로 움직인다. 이처럼 '팬덤'들은 공통 관심사를 위해 끊임없이 상품을 대량소비하면서 소비 시장과 기업의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사랑을 담은 파트너 관계
 아이돌의 성적은 특히 팬덤의 소비를 추동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일부 팬들은 효과적으로 높은 성적을 낼 수 있게끔 팬덤 전체의 소비 전략을 기획·홍보하는 '총공 팀'을 조직한다. 총공 팀의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음원 사이트에서 높은 음원 성적을 얻게끔 구성한 재생목록인 '권장 스트리밍리스트'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한 음원을 반복 재생하면 음원 사이트에서 음원의 실제 재생 여부를 의심해 재생 횟수를 누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이돌을 위한 팬들의 소비는 '입시 컨설턴트'를 방불케 할 만큼 전략적이고 열정적이다. 그러나 정작 팬덤은 스스로를 '감정 있는 ATM'이라 지칭한다. 아이돌 산업이 자신들을 자동으로 돈이 입금되는 'ATM' 취급하면서 과소비를 유도하고 있음을 비판하는 것이다. 아이돌 산업의 모든 것이 돈으로 환원되는 것이 기괴해 팬덤 활동을 그만뒀다는 소비자도 존재한다. 현재 국내 음악 시장은 아이돌 팬덤을 주요 소비자로 특정하고 이에 맞춰 기획과 마케팅을 선보이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이 시장 전체가 아이돌 팬덤을 콘텐츠 소비자이자 경제 주체로서 존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을 향한 팬덤의 다소 맹목적인 애정을 악용해 기업의 수익을 창출하는 수단으로만 이용한 결과다. 이대로 가면 결국엔 음악 시장 전체의 폐해가 일어날 수 있다. 아이돌과 만날 수 있는 기회나 기록의 경신을 위해 CD 음반과 음원 구매를 강매하는 제도는 결코 음악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수익을 내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왜곡된 음반 및 음원 차트 기록이 음악성 판단의 기준이 되면서 콘텐츠 퀄리티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팬덤 역시 전보다 똑똑한 소비자가 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팬덤 1인당 수백 장의 음반을 구매하고 수백 시간 음원을 재생시키는 행위가 과연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음악적 성장에 영향을 미칠까. 이 시장이 팬덤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무엇일지 스스로 생각해보길 바란다.

색다른 경험 좇는 소비자
 기존 소비 관행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소비 행태도 빈번해졌다. 소비자들은 집 앞 가까운 편의점을 놔두고 이색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찾아 굳이 먼 특정 편의점을 찾아간다. 단순한 소비에 만족하는 세대가 아닌 함께 소비에 참여하는 경험을 좇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엄청난 성화에 2006년 단종됐던 포켓몬 빵이 16년 만에 삼립에서 재출시됐다. 소비자들은 동봉된 캐릭터 스티커를 얻기 위해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편의점주들이 다른 상품에 포켓몬 빵을 끼워 판 행위가 드러나 논란이 됐다. '세트 상품'이라며 포켓몬 빵을 과자와 함께 묶어 판매하거나, 비싼 초콜릿 등을 포켓몬 빵과 함께 판매한 것이다. 그렇게 얻은 스티커를 비싼 값으로 재판매하는 일종의 투기 현상으로 인해 '포켓몬 빵 스티커 시세'가 발생하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그 결과, 인지도 높은 스티커의 희귀성을 겨냥해 상품을 사재기하는 행위가 발생했다. 그러나 포켓몬 빵에서 스티커만 갖고 빵은 별도로 중고거래 사이트에 되팔거나 버리는 행위는 문제다. 현행법상 포장을 뜯은 식품을 중고거래하는 건 엄연한 불법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식품위생법은 제조·가공해 최소 판매 단위로 포장된 식품을 허가·신고 없이 판매 목적으로 포장을 뜯어 분할 해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포장을 뜯으면 유해 미생물에 오염되거나 부패하는 등 변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포켓몬 빵의 인기를 악용한 성범죄도 발생한 적이 있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 수원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60대 남성 A씨는 편의점에 포켓몬 빵을 사러온 11세 B양을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A씨는 '빵을 찾아주겠다'며, B양을 편의점 창고로 유인한 뒤 성추행을 한 것으로 조사 됐다고 한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각종 판매자들이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수량 제한 및 양심 있는 판매가 중요하다. 또한, 소비자도 정가가 아닌 웃돈을 주고 사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현서진 기자 jinnix23@wku.ac.kr
최아랑 수습기자 arang2466@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