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는 항상 뜨겁습니다. 최근 경제가 많은 부침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가장 못살았던 나라에게 경제적으로 세계 선진국에 올라서 있습니다. 자원이 없다 보니 기술과 인재를 양성하는 과정을 초스피드로 이뤄낸 결과로서 21세기에 필요한 최첨단 기술을 모두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와 같은 성취를 만끽하기도 전에 뒤를 돌아보니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발전 속도가 빨라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사람들 간의 겸양을 찾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겸손한 태도로 남에게 양보하거나 사양하게 되면 오히려 불이익으로 돌아옵니다. 거만한 태도로 남을 짓밟고 뺏어옴으로써 이익만 좇는 것이 목표와 이상이 된 씁쓸한 현실을 마주 합니다. 앞서 언급한 정치현장을 보면 사양지심(辭讓之心)을 찾을 겨를은커녕, 조롱과 혐오가 가득합니다.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원론적인 정의 자체가 무색해집니다. 
 이로써 뜨거운 정치판에 차가운 시선이 난무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오히려 그러한 분위기를 인위적으로 조장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정치는 본인들이 알아서 할 테니 관심을 멀리하도록 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발휘하고 역동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열망을 표출합니다. 늘 그렇듯 위기에 강합니다. 아무리 관심을 끊으려 해도 결국 높은 관여를 합니다. 
 빠른 산업화에 덧붙여 우리 삶의 형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 간 생활반경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심리적으로도 밀착돼 있습니다. 누가 아파하면 무슨 일일까 돌아보게 됩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생면부지의 사람과 소통할 때 인연이 될 만한 사람인가 판단하는 기준을 그 사람이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갖고 있느냐로 삼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애처롭게 여기는 사람, 그러한 인간의 본성이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기둥 밑에 기초로 받쳐 놓은 돌을 주춧돌이라고 합니다. 땅 밑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빠지면 건물이 기울어집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죠. 위기가 닥쳤을 때 주춧돌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춧돌에서 디딤돌이 되길 바라며 자기를 밟고 가라는 것입니다. 거친 광야에서든 질퍽한 흙탕물에서든 디디고 다닐 수 있게 용기를 부여합니다. 맹자는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 의롭지 못함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를 모르고 세상을 마음대로 주물럭거릴 것으로 착각하는 부류는 항상 있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주춧돌을 밟고 디딤돌로 걷기 시작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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