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제22회 카타르 월드컵을 기억하는가?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이 포르투갈을 2-1로 꺾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 극적인 결승 골을 넣으면서 한 편의 영화처럼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국민들은 열광했고 추운 날씨에도 응원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비록 경기는 8강으로 이어지지 못 했지만, 카타르 월드컵은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희망을 안겨줬다.
 월드컵이 막을 내리고 극장가에는 '슬램덩크' 열풍이 불었다. 지난 1월 개봉한 농구 만화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누적 관객수 475만 명으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이 인기는 영화로 끝나지 않았다. 단행본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한 달 이상 기다린 독자들이 수두룩했고, 몇 개월 동안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줄지어 장악했다. 또, 농구 자체에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단어, '농놀'까지 생겼다. '농놀'은 '농구 놀이'의 줄임말으로, 농구 관련 덕질을 뜻하는 말이다. 농구 경기, 농구 웹툰을 함께 보자고 할 때 "농놀 하자"고 말을 할 수 있다. '농놀'에 이어 축구를 좋아하면 '축놀', 야구를 좋아하면 '야놀' 등 다양한 단어로 변형돼 스포츠 팬들끼리 사용해왔다.
 기자는 지난해 여름, 야구에 입문했다. 축구, 농구 등에 비해 복잡하고 어려운 진행 방식 때문에 야구를 하는 것은 커녕 보는 것에도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학창시절, 발야구의 룰도 잘 몰라 그냥 가만히 서서 시간만 때우던 기자였다. 그런데 우연히 가게 된 집 앞 야구장에서 그 생각은 완전히 뒤집혔다. 계속되는 안타와 홈런, 이어지는 득점으로 야구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룰을 전혀 모르고 간 경기였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 열기 속에서 응원단을 따라 응원가를 따라 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경기였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경기를 보다 보니 룰도 자연스럽게 익혀졌다. 그렇게 야구에 '입덕'했다.
 그 이후로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야구장을 찾았다. 유니폼도 샀다. 그렇게 한 팀의 팬이 됐다. 야구장에 가지 못할 때에는 스마트폰으로 경기 중계를 보기도 했다. 그 작은 화면을 보며 기뻐하기도 화를 내기도 하고, 혼잣말로 응원가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어느새 야구는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매일 똑같던 일상 속에 생긴 이 작은 변화는 기자에게 새로움과 즐거움을 줬다. 혼자 있어도 함께 있는 것 같았다.
 스포츠의 힘은 그런 것이다.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주고, 그들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한다. 생판 처음 보는 남이라고 해도 같은 팀을 응원한다면 한순간에 가족이 된다.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없던 사람도 스포츠 앞에선 무장해제 되며 자기 팀을 응원하게 만든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았던 사람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는 한국 선수의 실수에 한숨을 쉬고, 멋진 플레이에 함성을 지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또 어느 때는 감동과 희망을 주기도 한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처럼 말이다. 
 지난달 23일,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막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메달 개수 상위권으로 마감했다. 당 초 지난해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1년 연기돼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40개 정식종목에 역대 최다인 1천 180명 선수단을 파견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만큼은 아니었지만, 추석이라는 명절이 겹쳐 함께 경기를 보며 응원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기자는 치솟는 스포츠의 인기가 좋다. 이 현상이 너무 달갑다. 스포츠는 선수들에게만 열심히 살아갈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응원하는 이들이 살아가는 데에도 큰 힘을 준다. 직접 하지 않아도, 관람만 해도 좋다. 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지금, 어느 것이든 좋다. 응원하는 팀이 없어도 좋다. 경기장에 방문해 뜨거운 열기와 힘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은교 기자 dldmsry11002@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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